“왜 마음대로 가는 길까지 막는 거냐. 광화문 가려고 왔는데 경찰 때문에 지나가지도 못하는 게 말이 되냐고.”
광복절인 15일 오전 11시쯤 서울 광화문역 인근 인도에 설치된 철제 펜스 앞에서 김모(57)씨가 경찰을 향해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주변 시민들이 물끄러미 그를 쳐다봤다. 그는 광화문 광장으로 진입하려다 한 차례 제지를 당한 터였다. 거듭 통행이 가로막히자 김씨는 폭발했다. 그 자리에서 준비한 스피커와 마이크를 꺼내 “1인시위를 왜 막는 거냐. 광화문이 경찰 소유냐”고 고함을 쳤다.
사랑제일교회는 이날 대면예배도 강행해 신도 약 800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8일(약 280명)일보다 크게 는 수치다. 이 교회는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이후 이번이 다섯 번째 대면예배다.
이날 광화문 일대는 사실상 ‘원천봉쇄’됐다. 광화문역 8번 출구부터 동화면세점까지 이어지는 약 350m 통행로에 펜스 6개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설치됐다. 경찰은 통행하는 시민들에게 행선지를 묻고 시위 참여 여부를 확인했다. 서울경찰청은 광복절 연휴기간 도심권을 중심으로 임시 검문소 81개소를 운영하고 최대 186개 부대와 가용 장비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일반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자녀들과 함께 나온 임모(42)씨는 “집에만 있다가 모처럼 휴일을 보내기 위해 나왔는데 걱정”이라며 “출입을 통제해 길도 한참 돌아가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김모(52)씨는 ”전쟁이 난 것도 아니고 경찰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계속 검문을 받고 있다”며 언짢은 기색을 비쳤다.
이런 정부의 집회 제한에 대해 최근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다산인권센터 등 인권단체 연대 모임인 ‘공권력감시대응팀’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기준으로 전체 집회신고(3만4944건) 중 약 11.1%(3865건)에 대해 금지통고가 내려졌다. 집회신고가 각각 2만9592건·3만6551건이었던 2018년과 2019년에는 금지통고 각 1건에 불과했다. 인권운동사랑방 정록 활동가는 “코로나19 방역 조치에서 고려해야 할 인권 원칙은, 방역을 이유로 시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안전한 일상과 기본권 행사가 가능한 방향을 찾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감염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집회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 안전한 집회를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집회 참석자들이 집회만 하고 헤어지는 게 아니라 아는 사람들끼리 같이 이동하기 때문에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며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전제 아래, 인원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고 집회 참석자에 대한 QR코드 신원 확인·일주일 내 PCR 검사 의무화 등 원칙을 엄격하게 정하는 식으로 집회 관련 지침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