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국민의힘과 합당 결렬을 선언하면서 당내 갈등으로 아수라장이 된 국민의힘에 또 다른 충격파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내년 대선에서 ‘반문 빅텐트’를 기치로 정권 교체의 중심이 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안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제3지대 성립 가능성이 생기면서 이 같은 구상은 일단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이준석 대표 취임 이후 합당이 결렬되면서 이후 상황 진전에 따라 당 내부적으로 이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당의 합당 결렬 선언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후보 단일화 등 연대의 가능성은 남겨뒀다.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야권 통합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 것에 안타까움을 표한다”며 “어느 쪽이 통합에 더 절실했는지, 어느 쪽이 한 줌의 기득권을 더 고수했는지는 협상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께서 아실 것”이라고 합당 불발의 책임을 국민의당에 돌렸다. 그러면서 양 대변인은 “다만 정권 교체라는 공통의 목표를 두고, 앞으로의 행보에는 함께할 것이라 믿는다”며 통합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유감을 표명하며 정권 교체를 위해 국민의당과 통합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안타깝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하는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야권 통합과 정권 교체를 바라온 많은 분이 아쉬움이 크다”며 “통합 논의가 조속히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권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이 결렬되며 야권이 분열하자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안 대표가 제3지대에 남아 국민의힘이 포괄하지 못하는 중도 표를 흡수하고 선거 막바지에 야권 단일화를 성사시킨다면 오히려 여권에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