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은 주변 기온과 기분에 따라 수시로 체색을 바꾸는 파충류다. 줏대 없는 정치인에게 ‘카멜레온’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상황에 따라 소신을 바꾸니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는 18년간 세 차례의 파리 시장, 두 번의 총리, 12년간 대통령을 지내는 등 화려한 정치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미국식 자유경제를 추구하다가 보호무역을 펴고, 유럽연합(EU)에 반대하다가 다시 지지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로 국민을 헷갈리게 했다. 난국 돌파를 위해선 정치철학마저 바꿔 ‘카멜레온 보나파르트’로 불렸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의 ‘카멜레온 정치궤적’도 유명하다. 발칸반도의 극단적 인종주의자에서 세르비아의 EU 가입을 밀어붙이는 서방 친화적 온건 개혁파로 변모에 성공했다. “세르비아인 1명이 죽을 때마다 무슬림 100명을 죽일 것이다. 공습을 해볼 테면 해봐라” 그가 국회의원 신분이던 1995년 수십만명이 희생된 유고슬라비아 연방 내전의 와중에 했던 타인종 혐오 발언은 지금 들어도 소름이 돋는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에 실수와 잘못을 저지른 점을 인정한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