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발표 4개월만에 아프간 함락 ‘수모’...바이든 “미군 철수 후회 안 해, 올바른 결정”

“아프간 정치 지도자들은 (자국을) 포기했고 그 나라를 탈출” / “아프간 군대는 때때로 싸우려 하지도 않고 무너져” / “미군은 아프간 군이 스스로 싸우려 하지 않는 전쟁에서 싸우고 죽어서는 안 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이 예상보다 빨랐다면서도 미군을 철수하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아프간 상황과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리는 그 위험에 대해 알고 있었고 모든 만일의 사태에 대해 계획했다”면서도 “사실, 이것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전개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간이 함락된 책임을 아프간 정부에 돌렸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수도 카불이 점령된 직후 해외로 도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정치 지도자들은 (자국을) 포기했고 그 나라를 탈출했다”며 “아프간 군대는 때때로 싸우려 하지도 않고 무너졌다”고 비난했다.

 

특히 지난 6월 가니 대통령과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했을 때, 그리고 7월 가니 대통령과 통화했을 때 여러 가지 조언을 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미군이 떠난 뒤 아프간 내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아프간 정부가 국민을 위해 기능할 수 있도록 부정부패를 어떻게 청산해야 하는 지에 대해 얘기했다”며 “또 아프간 지도자들이 정치적으로 단결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그들은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나는 그들이 외교에 참여하고 탈레반과 정치적 합의를 모색할 것을 촉구했지만 이 조언은 단호하게 거절 당했다”며 “가니 대통령은 아프간 군대가 싸울 것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분명히 틀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한 주 동안 전개된 상황은 지금 미군이 아프간 개입을 끝내는 것이 옳은 결론이라는 것을 강화했다”며 “미군은 아프간 군이 스스로 싸우려 하지 않는 전쟁에서 싸우고 죽어서는 안 된다”고 피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주재 미군을 완전 철수하기로 했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내가 했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그것은 올바른 결정이었다. 미국 국민과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건 용감한 (미국) 군인, 미국을 위한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아프간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의 네 번째 대통령이 됐다. 이 책임을 다섯 번째 미 대통령에게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 방침을 밝힌 지 불과 4개월 만에 아프간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손에 다시 넘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월 14일 20년 묵은 아프간전을 종식하겠다며 미군 철수를 공식화했지만, 철군이 완료되기도 전에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을 장악하고 정권을 인수하는 수모를 당한 것이다.

 

미국에선 미군이 철수해도 친미 정권인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과 계속 맞서거나 여의치 못하면 영토를 분점하는 시나리오는 물론 최악의 경우 정권이 무너지더라도 1년 6개월은 버틸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지만 정부군은 탈레반의 파죽지세에 그야말로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갔다. 2001년 시작된 아프간전은 미국 역사상 최장기 해외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