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방 묘연’ 아프간 대통령, ‘튄’ 진짜 이유는 미국 철군 때문?

“소련 철군 뒤 정권 붕괴할 것”…예측 맞아떨어져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AFP연합뉴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입성하기 무섭게 돈다발을 챙겨 튀었다. 가니 대통령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그가 32년 전 “소련 철군 뒤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현 상황에 대입해 보면 그가 조국과 3800만 인구를 버린 진짜 이유는 미국 철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가니 대통령은 1989년 2월15일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소련이 사라진 상황에서 미국은 (아프간의) 자결권 국민투표를 요구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당시 미 존스홉킨스대 인류학과 조교수이던 그는 기고문 첫 문장에 “소련이 아프간을 떠나 카불의 포위된 괴뢰정권 붕괴는 시간문제라 할 수 있다”고 썼다.

 

이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1989년 소련이 철군하자 소련에 저항했던 무슬림 반군 무자헤딘이 친소 정권을 무너뜨리고 아프간 이슬람 공화국을 선포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의 198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고문. 트위터 캡처

가니 대통령이 도피 전 처했던 상황과 판박이다.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이 90% 이상 진행되면서 탈레반은 카불을 포위하며 그의 숨통을 조여 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탈레반에 정권이 무너지기 전에 백기 투항하고 대통령궁까지 내준 것이다.

 

가니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당시 조지 HW 부시 미 행정부에 “유엔 후원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해 아프간 국민들에게 자결권을 부여하고, 국민들이 선택한 정부에 경제 지원을 제공해 주도권을 쥘 수 있다”며 “이는 (아프간에) 책임지는 리더십 출현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유와 존엄, 명예에 대한 타협은 있을 수 없다”고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