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리 "아프간처럼 무너지지 않을 것"…중국에 반격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항복을 받아 20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탈레반 조직원들이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무혈입성해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국외로 도피하며 버려둔 대통령궁을 접수하고 있다. 카불=AP연합뉴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것을 두고 중국 관영매체들이 대만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가운데, 쑤성창 대만 총리가 “대만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은 17일 대만연합보 등 외신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쑤성창 총리는 이날 “대만은 아프간처럼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프간 사태는 자주국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무력으로 대만을 삼키려는 강대국이 있지만 우리는 살해당하거나 투옥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쑤 총리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관련된 질문에도 응했다.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접근하자 15일 부인, 참모진과 함께 항공편으로 급히 도피해 논란을 샀다. 

 

이에 관해 쑤 총리는 “대만은 계엄령하에 있을 때도 이 나라의 민주세력은 체포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목소리 높였다. 

 

말미에 그는 “국가에 대한 신념을 강화하고 이 땅을 방어한다면 누구도 대만을 침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환구시보는 “아프간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함락시킨 것은 1975년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동맹인 남베트남을 버려 사이공이 함락됐던 일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카불 정권을 버린 것은 아시아 일부 지역, 특히 대만에 큰 충격을 줬다”면서 “(아프간 상황이) 대만의 운명에 대한 모종의 전조인가?”라고 물었다. 

 

계속해서 “대만도 미국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게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대만의 일부 인사들이 대만과 아프간은 다르며 미국이 대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혼자만의 착각’”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대만해협에서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대만의 방어는 몇 시간 만에 무너지고 미군의 지원은 오지 않아 대만은 항복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선의 선택은 정세가 전쟁으로 치닫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나아가 “미국의 허벅지에 매달려 대륙(중국)에 대항하는 노선을 바꿔야 한다”고 첨언했다.

 

신화통신도 “아프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된 것은 미국의 이미지와 신망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유아독존 패권주의 정책은 너무나 많은 사람의 비극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이러한 입장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서 비롯된다. 

 

‘하나의 중국’은 중국이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대내외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방침 중 하나다.

 

중국은 자국과 수교하는 국가들에 이 원칙을 요구하고 있으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한편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 방침을 밝힌 지 불과 4개월 만에 아프간이 탈레반의 손에 다시 넘어갔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14일 20년 묵은 아프간전을 종식하겠다며 미군 철수를 공식화했고, 철군이 완료되기도 전에 탈레반이 지난 15일 카불을 장악하고 정권을 잡았다.

 

미국에선 미군이 철수해도 친미 정권인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과 계속 맞서거나 여의치 못하면 영토를 분점하는 시나리오는 물론 최악의 경우 정권이 무너지더라도 1년 6개월은 버틸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지만 정부군은 탈레반의 파죽지세에 그야말로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갔다.

 

2001년 시작된 아프간전은 21세기 미국 전쟁사 중 기간이 가장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