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시킨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1960년대 베트남전쟁 개입 확대를 지지했던 전임 대통령들을 비판하며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분쟁 속에 무기한 머물면서 싸우는 실수를 범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동맹’보다는 미국의 ‘국익’에 방점을 찍은 발언으로, 한국 등 다른 동맹국을 향해서도 ‘영원한 동맹은 없다’는 경고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한 직후인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아프간 사태를 주제로 대국민 연설을 했다. “미군의 성급한 철수가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을 초래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여름 휴가 도중 다급히 백악관에 복귀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년 동안의 아프간 전쟁을 ‘반복해선 안 되는 실수’로 규정했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국 지도자들을 거론하며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을 겨냥해 “아프간 정부가 부패하고 군대가 싸우려 들지 않는데 미군이 과연 그들을 위해 희생할 가치가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핵심 경쟁 상대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우리의 진정한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러시아는 미국이 아프간 안정화를 위해 수십억달러의 자원과 관심을 계속 쏟아붓기를 원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를 두고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미국이 세계 경찰의 역할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이미 오바마 행정부 때 시작됐고 계속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셰일가스 혁명 이후 아프간이 더 이상 미국의 핵심 이익이 아니게 된 순간부터 예고된 사태”라고 짚었다. 박 교수는 “미국이 예전처럼 동맹국에 대해 무조건적 안보 제공을 하지 않는다는 점은 한국에도 시사점이 크다”며 “미국의 새로운 핵심 이익이 된 중국과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한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도 눈여겨볼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