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힘 안 빌리고 시작했는데… 이젠 빚만 8000만원이 넘어요.”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서 만난 송가영(34)씨는 자신이 운영해온 가게를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날 2년 가까이 운영해온 술집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술과 음료를 보관하느라 바쁘게 돌아가던 냉장고가 밖으로 나가자 가게는 심장 박동이 멈춘 듯 조용해졌다.
문을 닫는 것도 쉽지 않았다. 송씨는 “계약 기간은 10월까지인데 문을 열어놓을수록 적자라 건물 주인에게 사정해서 먼저 나가기로 했다”며 “권리금은커녕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 문을 못 닫을 뻔했다. 새 제품으로 샀던 주방 가구들도 헐값에 넘겼다”고 착잡해했다. 그는 “독일과 일본에서 자영업을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정부 지원이 있어 영업을 못 해도 손실이 없다고 했다”며 “정부가 영업제한을 하는 만큼 손실을 지원해줬으면 이렇게 못 버티진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저는 이제 속상한 것도 없어요. 앞으로도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가 없거든요.”
‘벼랑 끝’. 자영업자들이 말하는 현실이다. 2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불황’에 한계를 넘긴 가게들이 무너지고 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가 시행 중인 수도권 지역 술집과 식당은 직격탄을 맞았다.
17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폐업’을 문의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 자영업자는 “장사가 너무 안되다 보니 문을 열어놓는 의미가 없다. 계속 빚만 늘고 있다”며 “가게를 내놨는데 눈물만 난다. 앞으로 뭘 먹고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철거업체는 호황이다. 서울에서 20년 넘게 철거업체를 운영 중인 이모(58)씨는 “주 6회 정도 일을 나간다. 폐업하는 가게가 많을수록 돈을 버는 구조지만 일을 하다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철거했던 한 가게는 아직도 눈에 밟힌다고 했다. 그는 “30대 젊은 부부였는데 코로나19로 1년 만에 장사를 접었다고 했다. 주방 가구들이 거의 다 새것이었는데 요즘 사려는 사람이 없다 보니 헐값으로 사 오면서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예전에는 나이 든 사람들이 폐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장사한 지 1년도 안 된 젊은 사장들이 자주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는 가게마다 물건이 가득 쌓여 있었다. 폐업한 가게에서 냉장고 등을 실어오는 용달 트럭만 오갈 뿐 새로 물건을 사는 이들의 발길은 뜸했다.
중고 주방용품 판매업자 박모(60)씨는 “요즘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다 문을 닫는 것 같다. 원래 망한 곳이 10곳이면 새로 여는 곳이 12곳 정도였는데 요즘은 역전이 됐다”며 “물건 순환이 안 되니 우리도 죽을 맛이다. 물건을 둘 곳이 없어 더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얼마씩 지원해주는 건 자영업자들에게는 조족지혈”이라며 “끝이 안 보인다”고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