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프가니스탄 여성과 소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시간이 얼마 없어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피해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24·사진)의 다급한 외침이다. 말랄라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장악한 뒤 거듭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말랄라는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지난 20년간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나 이제 그들이 약속받은 미래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아프간 여성들은 수업을 듣지 못하고 책을 읽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는 절망에 빠졌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이날 대변인을 내세워 “예전과 달리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밝혔으나 말랄라는 ‘못 믿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부 탈레반 인사들이 여성이 교육받고 일할 권리를 부정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여성 인권을 폭력으로 탄압한 탈레반의 역사를 고려하면 아프간 여성들의 두려움은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를 향해 “아프간 여성과 어린이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이란, 파키스탄 등 아프간 이웃나라들을 일일이 거명해가며 “피란민에게 문을 열고, 난민 어린이들의 학교 등록을 허락하며, 캠프와 정착촌에 임시 배움터를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파키스탄 출신인 말랄라는 15살이던 2012년 하굣길에 파키스탄탈레반(TTP) 대원의 총격을 받고 크게 다쳤다. 당시 그는 ‘학교에 가면 살해할 것’이란 협박에 시달렸다. 영국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한 말랄라는 탈레반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여성과 어린이 교육권 보장에 앞장선 공로로 201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역대 최연소(17세) 수상자에 해당한다.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