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상수원에 페인트 미세플라스틱 ‘3760조 개’ 유입…의암호서 한강으로

전문가 “생태계 치명적, 사람에 영향 미칠 수 있어”
공지천 산책로에 칠했다가 벗겨진 페인트. 연합뉴스

 

수도권 상수원인 강원 춘천시 의암호에 무려 3760조 개에 달하는 미세플라스틱이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는 “수생태계와 수계의 수자원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18일 강원대학교 김만구 환경융합학부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춘천시는 지난해 10월 29일∼11월 13일 남춘천교∼거두교 1.7㎞ 구간 보행자 통행로에 파란색 수용성 페인트를 칠했다.

 

공지천 산책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어나 자전거와 보행자 간 사고가 자주 일어나자 자전거와 보행자 통행을 분리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계절이 겨울로 접어들면서 발생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페인트가 벗겨지는 '박리현상'이 나타났고, 도색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회색 콘크리트 바닥이 드러났다.

 

이에 해당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한 결과 춘천시가 의암호 주요 지류인 공지천에 칠했다가 벗겨진 ‘수용성 페인트’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수용성 페인트가 적합하게 시공되지 않아 미세 입자로 마모되어 공지천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박리현상이 일어난 지점부터 의암호까지 미세플라스틱 유입 실태 조사에 나섰다.

 

연구팀은 △석사교 △퇴계교와 남춘천교 사이 △공지교 △공지천 유원지 △의암호 부근 등 5개 지점의 물속 토양 시료를 채취해 미세플라스틱을 정성·정량 분석했다.

 

그 결과 토양 10g에 포함된 파란색 미세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나온 곳은 퇴계교와 남춘천교 사이 지점으로 무려 1만7700개가 검출됐고, 석사교 지점에서 1만3128개가 나왔다.

 

공지교에서도 205개가 검출됐으며, 공지천 유원지에서도 8개가 발견됐다.

 

의암호 내 퇴적토양 3곳에서도 각 16개, 18개, 36개가 나와 미세플라스틱 상당수가 의암호까지 유입됐음이 확인됐다.

 

특히 공지천 주변 식물 뿌리에서는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파란색 미세플라스틱이 다량 박혀 있었다.

 

수중에서 발견된 파란색 미세플라스틱은 산책로에 칠해진 페인트 파편과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국민의힘 한중일 시의원이 시청으로부터 받은 공지천 산책로 도색공사 하자 관련 보고서를 통해 총 도색 면적 5802㎡ 중 60%에 육박하는 3481㎡가 벗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확인했다.

 

도색에 쓰인 페인트의 양이 1t으로 파악됐고, 이를 토대로 벗겨진 페인트의 양은 약 0.6t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이 페인트 유실 면적(3481㎡)을 바탕으로, 관찰된 미세플라스틱의 지름 최대치(2㎜)와 최소치(0.0000346㎜)를 이용해 추정한 결과 수계로 유입된 미세플라스틱 개수는 최소 11억 개에 이르고, 최대로는 무려 3만7000조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시에서 하자 관련 보고서를 2∼3월께 작성했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페인트가 벗겨졌음을 고려하면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공지천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보고있으며 페인트 미세플라스틱의 경우 일반적인 미세플라스틱보다 유해성이 커 북한강 수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했다.

 

김 교수는 “페인트 조각이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바뀌어 공지천에서 의암호를 거쳐 한강으로 유입되어 수생태계와 수계의 수자원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페인트는 고분자가 아닌 여러 가지 화학물질들의 혼합물로, 고분자화합물로 정의되는 일반적인 미세플라스틱보다 단기간에 생태계로 전이되어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