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모바일 등 맞춤형 고급인력 양성” 삼성·하이닉스 입사 전제 학비 전액 지급 성균관대·경북대 이어 연·고대 과정 개설
2학년 때 입사해 학업 병행 ‘조기 취업형’ 한양대·산업기술대 등 다수 기업과 운영
청년 실업난이 장기화하고 심각해지면서 대학 진학 단계서부터 ‘취업 경쟁률’을 따져 학과를 고르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기업들과 연계해 취업 길을 보장하는 ‘계약학과’는 수험생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다. 계약학과는 교육부의 국책사업 중 하나로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제8조를 근거로 설치·운영된다. 대학은 기업이 요구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 취업률을 높이고, 해당 기업은 잘 훈련된 인재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과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교육 전략이란 평가도 나온다.
채용을 전제로 한 계약학과는 크게 ‘기업체 취업형’과 ‘조기 취업형’으로 나뉜다. 기업체 취업형 계약학과는 대학과 기업 간의 업무협약을 통해 졸업 후 해당 기업체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는 대학교 2학년부터 협약을 맺은 기업과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근무와 학업을 병행한다.
◆대기업 100% 입사 혜택, 취업 관문 ‘훌쩍’
22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기업체 취업형 계약학과로는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꼽힌다. 자연계열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인기 학과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고급인력 양성을 위한 학과다. 삼성그룹이 1996년 성균관대를 인수한 뒤 2006년 삼성전자와 협약해 개설한 국내 계약학과의 효시다.
이 대학의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일단 잘 갖춰진 장학제도가 수험생들의 구미를 당긴다. 신입생 전원에게 입학금을 포함해 2년간 4개 학기의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대학원 연계 진학을 할 때도 전액 장학금과 학업 장려금을 지원한다. 반도체 실무중심의 산업체 지향적인 교육과정이 이 학과만의 특장점이다. 이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비롯한 소정의 채용절차를 통과하면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된다. 올해는 수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학과모집)으로 28명, 논술로 12명을 선발한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와 경북대 전자공학부 모바일공학전공도 삼성전자 입사가 보장된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2020년 4월 삼성전자와 협약을 맺고 2021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했다. 삼성전자 연구개발직 입사가 보장되며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와 장학금 및 특전, 교육혜택이 거의 동일하다. 정원 외 특별전형(학생부종합)으로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40명을 선발한다. 수시는 학생부종합으로 1단계에서 서류(학생부, 자기소개서) 100%로 5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1단계 점수 60%와 면접평가 40%를 합산해 최종 선발한다.
경북대 전자공학부 모바일공학전공 역시 2010년 삼성전자와 채용과 관련한 협약을 맺고 이듬해 만들어졌다. 올해로 10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수시에서 정원 외 특별전형(학생부종합-모바일과학인재전형)으로 5명, 논술전형으로 15명을 모집한다. 수시의 모든 전형에서 수학(미적분, 기학 중 택1), 과학탐구(상위 1과목) 등급 합 3 이내의 비교적 높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한다.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SK하이닉스와 지난해 4월 협약을 맺었다. SK하이닉스에서 학비 전액 및 보조금과 국내외 연수 기회 등을 지원하며 향후 채용까지 보장한다. 정원 외로 수시 25명(학생부종합-학업우수형 10명, 계열적합형 15명)을 선발한다.
◆신입생 티 벗자마자 “나도 회사원”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는 교육부가 2018년 ‘계약학과 선도대학 육성사업’을 시작하면서 2019학년도 입시에서 첫선을 보였다. 당초 기업과 채용을 확약하는 것을 조건으로 입학한 뒤 2학년부터 고용계약을 정식으로 체결한다. 이후 근무와 동시에 직무에 필요한 맞춤형 이론과 실습 교육을 받는다. 신입생 때는 전액 장학금(희망사다리), 2·3학년 때는 기업에서 등록금의 50%를 지원해 준다.
한양대 ERICA캠퍼스의 ‘스마트융합공학부’는 소재·부품 융합 전공, 로봇 융합 전공, 스마트 ICT 융합 전공, 건축 IT 융합 전공 등으로 구성됐다. 전공마다 많게는 28곳의 중소·중견 기업과 채용 협약을 맺고 있다. 도합 150명의 학생을 전원 수시(학생부종합)로 모집하며 1단계에선 서류만으로 5배수를 뽑는다. 2단계에선 1단계 성적을 10%만 반영하고 나머지 90%는 기업체 면접 결과에 좌우된다.
한국산업기술대는 지능형 ICT융합공학과, 제품시스템디자인공학과, 소재시스템공학과 3개 학과를 운영 중이다. 정원 외로 수시 90명(학생부종합)을 뽑는다. 이 밖에 순천향대, 전남대, 목포대 등이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계약학과는 취업보장 외 장학, 해외연수 등 혜택이 많아 경쟁률이 매년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며 “일부 신설학과는 입시 데이터가 많지 않아 사전에 수시 지원 상담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