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연이은 ‘집값 고점’ 경고에도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겹규제와 2·4 공급대책을 비롯한 물량 공세에도 좀처럼 집값 상승세가 꺾이질 않으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문재인정부 부동산 대책 마지막 ‘구원투수’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19일 정부와 금융시장 등의 관측에 따르면,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가계부채 급증과 가파른 물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한은이 수차례 직간접적으로 금리 인상 방침을 시사했고, 시중 은행들은 일찌감치 주택담보대출 변동 금리를 올리며 대비에 들어간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부동산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을 흡수할 만큼 대폭 금리가 올라가기 어려운 데다 주택 공급대책의 효력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한은이 이달에 바로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여전히 0%대가 유지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서 그 효과를 눈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부동산 규제로 기존 매물이 풀리지 않고 있고, 수도권에 하반기 입주 물량도 적기 때문에 금리 효과가 상쇄돼 집값은 계속 강세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장기간 금리를 꾸준히 올린다는 가정 하에 내년 하반기는 돼야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부동산 시장은 유동성 하나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정책적인 요소가 두루 반영돼 결정되는 것”이라며 “금리 인상만으로 집값 안정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더 큰 폭으로 출렁이는 것을 막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을 최후의 보루로 여기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국내에서는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 안정으로 실제 연결된 사례도 드물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금리와 집값 간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명확한 연구 결과들로 나와 있지만, 실물 경제에서는 다른 거시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서 “과거 금리 인상이 집값 하락과 연결되지 못한 것도 지금 부동산 시장처럼 수급 문제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노무현정부 때는 임기 초반을 빼면 금리가 꾸준히 올라 2004년 3.25%에서 2007년 5.0%로 정점을 찍었음에도 집값은 역대급으로 뛰었다. 반면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2008년 5.25%에서 이듬해 2.0%까지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임기 말에는 서울 아파트값이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