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 중 과다출혈 방치 숨져
지난 6월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요구하며 시위 중인 고 권대희씨 유가족인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대표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형수술 도중 피흘리는 환자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故 권대희 사건’의 병원장과 의료진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훈 부장판사는 19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성형외과 원장 장모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함께 기소된 마취의 이모씨는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고, 의사 신모씨는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간호조무사 전모씨는 선고가 유예됐다.
재판부는 이른바 ‘공장식 수술’로 인한 의료진의 부주의를 질타했다. 재판부는 “혈액이 비치돼 있지 않은 의료시설에서 피해자는 다량의 출혈이 발생하고 저혈압 상태에 빠지는 등 활력 징후가 극히 비정상이었다”며 “그런데도 (의료진은) 이른바 공장식 수술 라인을 돌리느라 수시간 동안 조치를 하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날릴 만큼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유족들의 고통도 언급하며 위로했다. 최 부장판사는 “피해자 어머니는 수술실 CCTV를 수집하고 수술관계자 행적을 초 단위까지 확인해 아들의 사망 사인에 관한 진실을 밝히려 했다”며 “수년간의 처절하고도 고난한 행적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권씨 어머니 이나금씨는 이날 재판을 지켜보다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흐느꼈다. 선고 이후 취재진에 “3년도 많은 게 아니다. 당연히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권씨는 2016년 사각턱 절개수술을 위해 해당 성형외과를 찾았다가 수술 도중 대량출혈로 위급한 상황에 놓였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권씨는 뇌사상태에 빠져 49일 만에 숨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