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피해자 극단 선택…法 "업무상 재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관 임원 공모에서 탈락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환경부 산하 기관 간부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김국현 수석부장판사)는 숨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단장 A씨의 배우자가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지 않은 결정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30년 넘게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근무한 A씨는 2018년 4월 상임이사 직위인 환경기술본부장 공모에 지원했지만, 같은 해 7월 간부회의에서 "환경부 장관은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A씨는 심사 과정에서 최종 3명의 후보에 포함됐지만, 환경부 내정 소문이 돌던 인사가 청와대 인사 검증에서 탈락했음에도 환경기술본부장 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자신이 탈락했다는 생각에 고통받던 A씨는 수첩에 '자괴감을 느낀다' 등 메모를 남겼고, 기존에 일하던 곳과 다른 부서로 전보되자 우울증에 시달린 끝에 그해 12월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이 '공개모집에서 탈락한 충격과 고통은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할 부분으로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요인보다 성격 등 개인적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며 유족에게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하자, A씨 배우자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고인이 지원한 환경기술본부장 심사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환경부 장관이었던 김은경은 '한국환경기술원 환경기술본부장에 자신이 내정한 추천자를 임명하려 서류·면접심사 업무를 방해했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환경기술원 내부에서는 A씨를 임명하자고 건의했는데도 환경기술본부장은 공석으로 남았다"며 "A씨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려 임용을 다시 추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괴감과 실망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