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아프간 ‘손절’, 트루먼의 단호함 따랐나

성급한 철수? 바이든 “아프간, 싸울 의지 없었다”
1949년 장제스 지원 요청 외면한 트루먼과 비슷
“부패·무능 타고난 사람들 위해 미군 희생 안돼”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주제로 연설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몰락 직전의 아프가니스탄에 취한 태도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아프간 군인들이 자기네 나라를 위해 피를 흘릴 생각이 없는데 왜 미군이 그렇게 해야 하느냐”는 바이든 대통령의 단호한 언급은 그의 아프간 철군 결정에 비판적인 이들조차 고개를 끄덕일 만큼 설득력이 있는 게 사실이다. 미 조야에선 1949년 당시 마오쩌둥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에 밀려 중국 대륙을 잃을 처지에 놓인 국민당 장제스 정부의 다급한 호소를 외면한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의 냉정함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급한 철수? 바이든 “아프간, 싸울 의지 없었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너무 성급하게 아프간에서 철수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 책임론으로 맞섰다. 가니 전 대통령은 아프간 붕괴 2개월 전인 올해 6월 미국 백악관을 찾아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지원을 호소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대국민 연설에서 “지난 6월 가니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했을 때, 또 7월에 가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을 때 우리는 매우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며 “부패를 청산하고 지도자들이 정치적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충고했으나, 아프간 정부는 그 어느 것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니 대통령은 아프간 군대가 탈레반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분명히 그가 틀렸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딸과 아들들을 대체 몇 세대나 더 아프간으로 보내 내전을 치르도록 하겠느냐”며 “정작 아프간 군대는 싸우려 들지 않는데 그런 나라를 위해 과연 미국인이 목숨을 걸 가치가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알링턴 국립묘지에 끝없이 늘어선 묘비가 대체 몇 줄이나 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해리 S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1949년 장제스 지원 요청 외면한 트루먼과 비슷

 

이는 1949년 중국 국공내전의 막바지에 미국 정부가 취한 태도를 연상시킨다. 당시 미 대통령은 바이든과 같은 민주당 소속인 트루먼이었다. 트루먼 전 대통령은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쫓겨나고 마오쩌둥의 공산당이 중국 대륙을 장악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장제스 측의 다급한 도움 요청을 차갑게 거절했다. 트루먼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는 장제스, 그리고 국민당 정권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가감 없이 기록돼 있다.

 

장제스 전 대만 총통.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륙에서 국민당 정부의 몰락은 부패와 무능 때문이었다. 우리는 약 30억5000만달러의 군사 장비를 소위 자유중국 인사라는 사람들에게 지원했다. 베이징을 거쳐 난징까지 모든 전선에서 장제스의 500만 대군은 공산군 30만에게 패했다. 장제스와 그 수하들이 미군 수백만을 파견해 구해달라는 요청을 한 적이 있다. 나는 한마디로 거절했다. 부패와 무능을 타고난 사람들을 위해 단 한 명의 미군도 희생시킬 수 없다.”(트루먼의 회고록 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자신의 아프간 철군 결정을 옹호하며 트루먼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the buck stops with me)”는 문구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미국 역대 대통령들 중에선 트루먼 전 대통령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문장이다. 1953년 1월 트루먼 전 대통령이 퇴임 연설에서 “대통령이라면 결정을 해야 한다.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책임을 돌릴 수 없다”며 “그게 바로 대통령의 일”이라고 말한 것에서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는 표현이 비롯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