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아프간 광물자원 많아…韓과 협력 희망”

과거 한국군 협력자들 사면 방침도 내비쳐
“경제적 지원 노린 위장 선전전” 의심 여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점령 직후인 지난 17일 서방 언론 등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는 탈레반 문화위원회 소속 간부들. 카불=AFP연합뉴스

최근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과거 아프간에 파견됐던 한국군 등에 협력한 인사들을 사면하겠다며 “한국으로부터 합법정부로 인정받길 원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여성 인권을 탄압한 1차 집권기(1996∼2001)와 달리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뜻도 밝혔으나 선전전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탈레반 문화위원회 간부 압둘 카하르 발키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로부터 아프간의 합법적인 대표 정부로 인정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발키는 특히 “아프간에는 리튬 등 손대지 않은 광물자원이 풍부하다”며 “한국은 전자제조업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아프간과 함께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프간이 직면한 극심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원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과거 아프간에 파견된 한국 관련 기관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안전을 위협받는 현지인들에 대해선 “우리는 외국인과 일한 모든 이들에게 사면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떠나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선택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든 이의 인권을 존중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발키는 2007년 탈레반이 아프간 주둔 한국군 고 윤장호 하사를 폭탄 테러로 숨지게 하고, 같은 해 분당 샘물교회 자원봉사자 23명을 납치했다가 그중 2명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선 “자결권을 행사한 것일 뿐”이라며 사과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수도 카불 점령 후 ‘예전과 달리 여성 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했으나 현실에선 보복과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 그 때문에 이번 탈레반의 인터뷰 내용도 한국의 경제적 지원을 노린 ‘위장 선전전’일 수 있다는 분석에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