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콜롬비아 관계엔 혈맹, 전략적 동반자, 전통적 우방, 형제자매, 친구 등이 흔히 사용된다. 정서적 친밀함이나 동질감이 묻어 있다. 부부나 연인관계에서처럼 국가 간에도 공통점이 많으면 서로 가까워지기 쉽다. 5000만 인구, 중견국, 동족상잔의 아픈 경험과 식민지 역사, 미국과의 특별한 협력관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족 간의 강한 유대 등 한국과 콜롬비아 간의 공통점은 정말 많다. 양국은 콜롬비아의 6·25전쟁 참전으로 1962년 수교 이전 이미 인연을 맺었다.
“만약 지금 한국이 60여년 전과 같은 어려움에 직면한다면, 콜롬비아는 한국 국민을 위해 그때와 마찬가지 조치들을 취할 것입니다.” 2011년 한국을 방문한 콜롬비아 전 대통령의 청와대 만찬사의 일부다. 한국에 전쟁이 나면 즉시 달려오겠다는 얘기다. 당시 한국 참석자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의 파문이 일었다. 만찬사의 수사이지만 최고지도자가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중남미 지역에서는 콜롬비아만이 유일하게 전투병력을 파견했다. 당시 세계의 지도국으로 부상하는 미국의 적극적인 파병 요청, 평화의 파괴를 응징한다는 유엔의 대의, 복잡한 콜롬비아 국내사정 등을 고려한 라우레아노 고메스 대통령의 결정이었겠지만, 여하간 콜롬비아 젊은이들은 한국 국민들의 생명을 구했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주었다.
“한국이 제공한 알미란테 토노함은 양국 간의 굳건한 동맹을 상징합니다. 양국관계는 절대 깨지지 않고 견고하며 미래지향적입니다.” 지난 1월 초 한국이 제공한 퇴역함 진수 및 명명식에서 이반 두케 대통령이 행한 연설의 일부다. 두케 대통령은 자신의 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함정의 대모(代母·새로운 선박에 이름을 붙여 주고 축복을 기원해주는 여성 인사)로 샴페인 브레이킹(새로운 배의 탄생을 알리고 안전운항을 기원하는 의식)을 하도록 했다. 대통령 어머니의 이름이 훌리아 마르케스 토노이며, 토노는 두케 대통령 외가의 성(姓)이다. 알미란테 토노는 콜롬비아가 한국전에 파견했던 구축함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