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원아, 나대지마”… 광고 대박의 주역 ‘스튜디오좋’

대상㈜이 미원 출시 65주년을 기념해 만든 유튜브 광고의 한 장면. 배우 김지석이 여주인공 곁을 묵묵히 지키는 서브남으로 분해 ‘맛의 조연’ 미원의 처지와 상황을 능청스럽게 표현했다. 대상㈜ 제공

“내 서사에서조차 나는...(조연이었다)”

 

대상㈜이 미원 출시 65주년을 기념해 만든 유튜브 광고가 말 그대로 대박을 치고 있다. 입소문을 타고 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더니 유튜브 공개 3주만에 조회수 358만을 돌파했다.

 

‘65년째 감칠맛 내는 조연, 미원’은 각종 요리의 감칠맛을 살리고도 MSG에 대한 오해 때문에 찬장 속에 숨어 있어야 했지만, 그 숙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미원을 의인화해 드라마형식으로 제작한 광고다. 미원을 여주인공 곁에서 묵묵히 지키고 보살피지만, 결정적 순간에 남자주인공이 그 공을 가져가고 결국 사랑하는 여자마저 뺏기고 마는 서브남(남자 조연)으로 표현한 것이다. 배우 김지석씨가 ‘미원’으로 분해 대형 미원 패키지 의상을 입고, 직접 일기예보의 노래 ‘인형의 꿈’까지 애절하게 불러 재미를 배가시켰다.

 

‘맛의 조연’이라는 미원의 수식어를 드라마화해 재미와 감동, 눈물까지 뽑아내는 스토리, 그 안에 제품의 특성과 홍보 포인트까지 자연스럽게 녹여낸 기발한 아이디어와 연출에 가정주부뿐 아니라 미원을 잘 몰랐던 MZ세대까지 열광한다. 유튜브 영상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 광고 만든 사람 상 줘야 한다’. ‘광고기획자가 누군지 궁금하다’는 댓글이 적지 않다.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기획사를 찾아봤다. 회사명을 보니 더 만나고 싶어진 미원 광고의 주역은 ‘스튜디오좋’. 파격적인 발음의 회사명을 음성이 아닌 활자로 소개해 다행이면서도 다소 아쉽다. 스튜디오좋은 지난해 빙그레의 공식 인스타그램 광고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이하 빙그레우스)편으로 MZ세대 ‘광고 맛집’, ‘광고 핵인싸’로 떠올랐다. 황태자 빙그레우스가 인스타그램 계정 관리 임무를 맡아 목표 팔로워 수를 채워야 빙그레 왕국의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설정으로 투게더, 비비빅, 메로나 등 빙그레 제품군을 주변 인물로 등장시키는 등 세계관을 확장, 광고업계 세계관 마케팅 열풍을 일으켰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스튜디오에서 스튜디오좋의 공동대표 (남우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와 (송재원) 감독, 대상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이정훈 팀장과 최희영 과장을 함께 만나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원 광고 효과가 나타나고 있나? 

 

(이정훈) “65년만에 가장 많은 사랑을 증명하고 있는 것 같다. 대상의 유튜브 광고영상 중 가장 많은 조회수 기록했고, 댓글도 긍정적인 내용이 99.9%다. 당장 매출로 전환시키려고 찍었으면 이렇게 못만들었을 것이다. 1∼2년 뒤에는 미원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꺼낼 수 있는 조미료가 되기 시작할 것 같다.”

 

-광고할 제품을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설정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이유는? 

 

(이정훈) “65년 역사의 브랜드가 대한민국에 많지 않다. 하지만 미원이 65년동안 핫한 브랜드는 아니었기에 조금 솔직해지자, 그리고 새로운 걸 찾기보다는 65년 역사 중에서 뽑아올게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스튜디오좋과 이야기 나누면서 미원이 항상 곁에 있었고, 음식에 많이 들어가고 있는데 (미원라면은 나왔지만) 중심이 된 제품은 없다보니, 조연이라는 키워드를 발굴하고 자연스럽게 의인화 컨셉도 만들어졌다. 

미원을 연기한 배우 김지석이 싱크대 안에서 밀봉집게로 쓰는 빨간 핀을 머리에 꽂으며 미원의 짠한 처지를 배가시키는 장면. 대상㈜ 제공

-배우 김지석씨를 모델로 섭외한 이유는.

 

(최희영) “딱 떠오르는 배우였다. 미원을 의인화하는만큼 배우가 얼마나 잘 표현해낼 것인가가 중요했다. 김지석씨가 최고의 배우이자 광고 성공의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만의 먹먹한 눈빛이나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했던 서브남 경험, 직접 열창한 부분들이 잘 담긴 것 같다.”

 

-미원 의상을 입는게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 있어서 배우 입장에서 꺼릴수도 있었을텐데.

 

(최희영) “저희도 걱정했던 부분인데 흔쾌히 입어주셨다. 10㎏에 달하는 굉장히 무거운 의상이다. 여름에 무겁고 두꺼운 의상을 입고도 짜증내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을 안보여서 ‘역시 최고 배우구나’ 느꼈다. 노래는 원곡을 살릴지 고민하다가 작품의 완성도를 생각했을 때 미원이가 진심을 담아 불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지석씨도 예전에 가수활동을 해서 흔쾌히 응했다.”

 

-광고 속 4개의 에피소드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남우리) “우선 밀푀유나베, 짜장면 등 요즘 세대들이 먹는 음식에도 미원이 들어가면 얼마나 맛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네가지 에피소드로 나눴다. 두번째로 조연이라는 키워드 설정 후 이걸 제대로 표현하려면 결국 드라마타이즈가 돼야한다. 에피소드1에서는 (요리에) 미원 넣었는데 안넣은 척하는 것으로 미원의 처지, 상황을 설명해주고, 에피소드 2∼4는 조연이라는 키워드를 확장해서 재미를 주고자 했다.”

 

-촬영 당시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송재원) “에피소드3 ‘소나기편’ 찍을 때 실제로 비가 왔다. 원래는 비 예보가 없어 살수차를 빌려 촬영하다가 남녀 주인공 둘이 뛰어가는 장면 찍는 막판 쯤 갑자기 비가 내려서 (살수차 대신) 실제 비를 활용해서 촬영했다. 보통 촬영 현장에서 귀신 나오거나, 불이 나거나, 비가 오면 대박이 난다는 미신이 있다. 저희는 미신을 믿는다. 하하” 

미원 출시 65주년을 기념해 만든 유튜브 동영상 광고 대박의 주역들. 왼쪽부터 스튜디오좋의 공동대표 송재원 감독과 남우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대상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최희영 과장과 이정훈 팀장. 남정탁 기자

-촬영하면서 꼭 강조하고자 했거나, 킬링포인트(킬포)로 삼은 것이 있다면?

 

(송재원) “에피소드마다 킬포가 내장돼있는데 연출상 전체적 구조가 미원이의 짠함을 누적해나가는 과정으로 세팅했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신에서 한번에 터뜨리는게 노림수였다. (엔딩씬에서 김지석씨가 머리에 꽂은) 빨간 핀 많이 좋아해주시는데, 그 씬과 에피소드1이 연결된다. 에피소드1에서 싱크대 안으로 들어갔던 미원이가 (여주인공을)바라보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미원을 만나는 접점인 식탁과 싱크대로 다시 돌아와서 미원의 역할과 포지션을 다시 상기시켜주는게 킬포, 노림수였다. 대부분 밀봉집게를 쓰시니 빨간 핀으로 미원을 집을 때 공감해주시고, (미원의) 짠함을 배가시켜줄 것이라고 믿었다. 제대로 전달됐고 좋아해주셔서 너무 기쁘다.” 

 

-유튜브 조회수 뿐 아니라 댓글도 폭발적이다. 김지석씨가 직접 쓴 댓글과 미원이의 대댓글이 인상적인데.

 

(남우리) “좋에서는 디지털 광고에 있어 댓글도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또 요즘 사람들은 영상을 틀어놓고 댓글을 본다. 그 때 감정의 연속성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댓글 컨셉을 잡고 업무처럼 시작했다. 제작파트의 한 친구가 “미원이는 아주 문학적인 사람일 것 같다. 그런 감성을 녹이고 싶다”고 제안해서 그렇게 써보자고 했다. (대댓글의) 기준은 사실 미원이 마음대로, 본인을 울리게 한 댓글인 것 같다. 댓글 다는 친구(직원)들이 모두 미원으로 빙의한 상황이다.”  

 

-주로 B급 감성의 재미있는 광고를 만드는데, 일할 때 고수하는 원칙이나 철학이 있다면? 

 

(남우리) “재미를 추구하는 건 저희가 재미있는 사람들이거나 ‘스좋’에 그런 기준이 있어서가 아니다. 지금 재미가 트랜드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따르는 것이다. 다만, 저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브랜드를 넘어서면 안된다는 것. 마지막에 제대로 이 제품이 뭐고, 어떤 특성이 있기 때문에 재미있다는 것을 소비자가 이해하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저는 항상 돈 생각을 한다. 9억, 10억 단위의 돈을 광고주가 투입하는데 1분짜리 영상이면 1초에 얼마인지 계산이 나온다. 한컷 한컷이 브랜드와 상관없이 그냥 웃기기 위해 들어가선 안된다. 초 단위로 쫀쫀하게 짜는게 저희의 철학이다. 그래서 브랜드가 재미보다 더 튀고 재미있는 수단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송재원) “제작 파트에서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션 등 다양한 형식미 많이 차용하고 있다. (우리의) 경쟁자는 (광고대행사가 아닌)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대 애니메이션으로 붙어도 꿀리지 않게 만들고, 더 드라마스러운 연출에 재미 포인트를 섞고 있다.” 

 

 

-회사명 ‘좋’의 (발음과) 인상이 굉장히 강렬하다. 작명 이유와 의미는?

 

(남우리) “회사 차리기 전 다니던 직장(제일기획)에서 우리끼리 ‘좋대로 만드는 광고’라는 유머페이지를 만들었다. 유머로서 광고를 만드는 페이지로, 우리 둘의 첫 합이었다. 회사를 차리면서 우리는 광고 대행과 제작까지 모두 하기 때문에 무슨 대행사, 커뮤니케이션 보다는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크래프트적인 면을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스튜디오좋’이 됐다.”

유튜브 광고 ‘65년째 감칠맛 내는 조연, 미원’을 만든 스튜디오좋의 공동대표 송재원 감독과 남우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남정탁 기자 

-사명과 관련한 에피소드는 없었나.

 

(송재원) “두가지로 나뉜다. 진짜 좋아하는 분, 너무 당황하고 부끄러워서 발음 못하는 분들. (광고주) 임원이나 사장님 보고하러 갈 때 회의실에 예약된 이름이 스튜디오 ‘좋아요’, ‘좋은이’, ‘좋습니다’로 바뀌어 있곤 한다. 그런 반응 예상해서 영문 이름을 ‘좋’을 왼쪽으로 90도 눕힌 K110로 만들어 필요시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흥행했던 광고와 앞으로 해보고 싶은 광고는

 

(남우리) “저희는 카테고라이즈가 되지 않고, 재료가 많은 브랜드가 저희 회사와 잘 맞는 것 같다. 없는데서 창조하는 것보다 있는 재료 갖고 치환하는 걸 잘한다. 흥행했던 광고는 홈플러스, 빙그레, 삐에로쇼핑 런칭 등인데 이미 광고주가 갖고 있던 재료가 상당히 좋았고 우리가 요리할 수 있는게 많았다. 그런거 다 제치고 나이키 한번 해보고 싶다. (송재원) 넷플릭스! 하하”

 

-MZ세대 광고 맛집이라고 불린다. 두 분이 생각하는 MZ세대의 특징은 무엇인가.

 

(남우리) “MZ세대는 규정할 수 없는게 특징이다. 저는 모든 MZ세대 자료를 신뢰하지 않는다. 

 

(송재원) “다 다르다. 저희 회사도 MZ세대가 많은데 어느 한 명 공통점이 없다. 저희가 M 끝자락인데 저도 Z를 이해할 수 없다. M과 Z를 합치면 안된다. Z도 저희를 이해 못할 거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어떻게 나올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남우리)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는데 제가 크리에이티브한 걸 가져가면 교수님으로부터 ‘너 임마, 사람 죽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영화 등을 보면서 ‘아 여기서 크리에이티브하면 사람이 죽지는 않겠네’라는 생각을 하다가 광고를 하게 됐다.”

 

(송재원)“저는 시각디자인 전공했고 전공 따라 경로를 결정한 케이스다.”

유튜브 광고 ‘65년째 감칠맛 내는 조연, 미원’을 만든 스튜디오좋의 공동대표 송재원 감독과 남우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남정탁 기자 

-첫 광고는 무엇이었나.

 

(남우리) “광고를 받았다고 말하기가 애매한게 초반에는 대행사들이 아이디어를 사는 곳을 찾아다녔다.(대행사에서 그 아이디어를 광고주들에게 판다.) 아이디어 보따리상이었던 셈이다.

 

-지금은 연간 광고 의뢰가 얼마나 들어오나

 

(남우리) “전화 의뢰는 정량적으로 세기 힘든데 공식 메일 기준 한달에 40건 정도. 처음엔 던져주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2000만원짜리 받으면 3000만원짜리처럼 만들고, 3000만원짜리는 5000만원짜리처럼 만드는 걸 목표로 했다. 돈 버는 것보다는 가진 돈으로 무조건 흥행시키자는 마인드로 했다.”

 

(송재원) “뿌린대로 거둔다는 생각으로 존버의 시간을 견뎠다.” 

 

(남우리) “운도 좋았다. 포트폴리오 하나 없는데 대화만 해보고 일 주셨던 삐에로쇼핑, 저희가 ‘좋버지’(스튜디오좋을 키운 아버지)라고 부른다. 저희에게 처음으로 일다운 일을 소개시켜 주신 ‘좋머니’(좋의 어머니)도 계신다. 좋버지 최의리님, 좋머니 장선경 CD님께 정말 감사하다.

 

-5년만에 광고계 핫피플이 됐는데 향후 계획은.

 

(송재원) ”합이 잘 맞는 광고주와 이전에 없던 크리에이티브를 해보는게 가장 큰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