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충수는 바둑에서 자기의 수를 줄이는 돌을 말한다. 즉 상대방에게 유리한 수를 일컫는다. 일상에서는 스스로 한 행동이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국내외 정치에서 자충수 사례를 접하는 건 어렵지 않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자충수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다. 닉슨은 자신이 워터게이트 건물의 민주당 사무실 도청을 지시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었는데도 급한 마음에 사건을 담당한 특별검사 아치볼드 콕스를 해임하는 자충수를 뒀다. 그의 은폐 시도는 민심을 완전히 돌아서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 사실 오랜 조사에도 닉슨이 도청을 지시했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그의 법률고문인 존 딘이 내린 결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닉슨이 사건 초기 아랫사람의 과잉충성이라는 사실을 밝혔다면 사임까지는 가지 않았을지 모른다.
30만∼50만명의 국민을 학살한 독재자 이디 아민 전 우간다 대통령도 스스로 무덤을 판 경우다. 경제권력을 쥐고 있던 인도계 추방으로 경제가 추락하고 반군이 세를 얻자 위기 탈출을 위해 1978년 이웃나라인 탄자니아를 공격했다. 하지만 탄자니아군과 반군의 협공이 거셌고, 그는 권좌에서 쫓겨났다. ‘신의 한수’라고 생각한 군사적 모험이 자신의 몰락을 부른 자충수가 된 셈이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탄핵하려다 되레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로 키워준 것과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 핵심소재를 수입규제했지만 일본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준 것도 자충수의 대표적 사례이다. 친노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자유언론실천재단까지 하지 말라고 나왔는데도 강행하는 건 상당히 어리석은 행동이 아닐까. 굉장히 자충수가 될 것이라 본다”고 했다. 언론은 권력의 부정과 부패, 독재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힘이다. 언론은 소수 야당에 천군만마의 우군이 될 때가 많다. 민주당이 소수 야당이 된다면 얼마나 큰 실책을 저질렀는지 절감할 것이다. ‘보수는 부패로, 진보는 자충수로 망한다’는 정치 격언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