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 “연말까지 5만4000mt 필요” 올해 가뭄까지 발생 엎친 데 덮쳐 유니세프 “인도적 지원 보장해야”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인 등의 대피 작전을 돕기 위해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배치된 미국 해병대원이 지난 20일(현지시간) 한 아프간 어린이에게 전투식량을 건네고 있다. 카불=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권력 장악이란 정치적 위기에 식량 위기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여기에 의료 구호품 지원도 차질이 빚어져 인도주의적 위기가 더 심화할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다음 달이면 아프간의 식량 부족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앤드루 패터슨 WFP 아프간지부 부소장은 “우리는 아프간에 식량 2만mt(미터톤)을 보유 중이고 7000mt은 육로로 수송 중인데, 아프간인들에게 12월 말까지 식량을 공급하려면 5만4000mt이 더 필요하다”며 “아프간인 최대 2000만명에게 공급할 식량을 구입하려면 2억달러(약 2332억4000만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WFP에 따르면 아프간 인구 절반인 약 1850만명이 구호 식량에 의존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프간엔 올해 가뭄이 발생했다. 농작물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40% 줄면서 주식인 밀가루 가격 등이 최대 50% 올랐다.
아이들의 영양실조는 심각한 실정이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는 같은 날 인도적 지원이 시급한 아프간 아동이 1000만명에 달하고, 그중 100만명은 치료받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헨리에타 포어 유니세프 총재는 탈레반에 “유니세프와 인도적 지원 파트너들이 안전하고 시의적절하게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게 보장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아프간 탈출 행렬이 이어지며 수도 카불국제공항의 민항기 운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의료 구호품 지원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수술 장비와 소아 폐렴 치료제, 영양실조 지원품 등 500t 이상의 의료 구호품이 이번 주 아프간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카불공항이 민항기 운항을 중단해 수송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가운데 지난 21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한 은행 앞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찾으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카불=AFP연합뉴스
아프간을 비롯한 지중해 동부 지역을 맡고 있는 리처드 브레넌 WHO 지역응급국장은 “지금 세계 이목은 사람들이 아프간을 탈출하고 비행기가 떠나는 것에 집중되고 있는데, 우리는 아프간에 남겨진 사람들을 돕기 위해 구호품을 들여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작전 제약과 안보 문제를 이유로 구호품을 실어갈 수 없다고 한다”며 “항공기를 대피용으로만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제구호위원회의 그레고리 매슈스는 “아프간은 정치적 불확실성, 피란민 55만명, 식량 위기란 삼중고에 처해 있다”고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