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캐스트 어웨이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배우를 뽑으라면 나는 톰 행크스를 항상 상위권에 올린다. 다소 평범할 수도 있는 외모로 사람들에게 친근한 역할을 주로 맡는 중견배우로, 미국의 대표적인 배우이자 가장 미국적인 배우로도 유명하다. 톰 행크스가 흥행시킨 영화는 수도 없이 많다. ‘포레스트검프’, ‘라이언일병구하기’, ‘터미널’ 같은 영화는 지금도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한 번씩은 스쳐 지나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영화 속 게와 불의 발견
무인도에 표류한다면 가장 중요한 건 먹을 것과 마실 것이 아닐까 싶다. 마실 것이 없다면 이미 탈진한 주인공이 며칠 버티지도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열대의 섬답게 섬은 야자나무 열매로 무성하기에 초반 주인공의 생존시간을 다소 벌어준다. 하지만 곧 섬유질덩어리 야자열매는 오히려 탈수를 동반한 배탈밖에는 얻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닷속엔 물고기들이 넘쳐나고 해변에는 게들이 돌아다닌다. 하지만 절대 날것으로는 먹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게를 잡아 다리를 뜯을 때 게의 육즙이 흐르는 장면은, 게장이라면 환장하는 나도 저건 그냥은 못 먹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주인공에게 가장 시급했던 건 바로 날것들을 먹을 수 있는 ‘불’이었다.
시간에 쫓겨 살던 그에게 이제 이 섬에서는 구조되기 직전까지 가진 것은 바로 시간밖에 없다. 주인공은 하루 종일 나무를 긁어 결국은 불을 창조해 낸다. 불을 사용할 수 있는 순간부터는 주인공의 식생활이 꽤 호화로워진다. 모닥불에 구운 생선과 게는 아무것도 없는 그 상황에서도 맛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4년이란 시간 동안 만약 저 불마저 없었다면 주인공은 그보다 더 짧은 시간에 탈출을 결심했을지도 모른다.
‘4년이 지났다’는 자막 후에 나오는 장면은 사실 좀 충격적이다. 창을 던져 생선을 잡고, 산 채로 뜯어먹는 장면은 어찌 보면 좀 웃길 수도 있는 장면인데, 사뭇 진지하고 허탈한 표정의 주인공을 보고 나면 살짝 숙연해지기도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주인공이 뜯었던 페덱스 택배들 속에 혹시 프라이팬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주인공이 생선을 날로 뜯어먹는 일은 조금 더 미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소테(saute)는 팬에 재료를 넣고 빠르게 볶는 조리법이다. 불이 발견된 후 가장 먼저 시작된 원초적인 조리법으로, 간편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코코넛으로 오일을 짠 후 생선이랑 게를 볶아먹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물론 내가 정말 표류당한다면 아마 망연자실하고 있을 날이 더 많겠지만 말이다.
영화는 우리 삶에 당연하게 있는 것들에 대해 잔잔하면서도 어쩌면 또 냉정하게 결말지어 보여준다. 시간에 쫓기던 삶에서 시간밖에 없는 삶, 이제는 남의 부인이 되어버린 사랑하는 여인에 대해 드는 어쩔 수 없는 후회라는 감정을 인정하지만 그마저도 다시 후회할 수밖에 없는 현실, 생환 파티 후 남아 있는 음식(무려 킹크랩)을 보며 작은 상념에 잠긴 듯한 주인공의 표정, 라이터로 손쉽게 불을 만들어 내는 장면들은 어쩌면 상상도 할 수 없는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의 주인공 마음속 깊은 아픔과 현실을 슬며시 보여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