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질질 끈 중고차 시장 개방 ‘가물가물’

당·정·업계 구성 ‘중고차 발전협’
이달말 시한에도 합의점 못 찾아
관련시민단체 “소비자 권익 우선
중기부 결론 짓고 개방하라” 촉구

정부 ‘업계 밥그릇 싸움’ 방치에
불법 거래 판쳐 … 소비자만 피해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 중고차 시장. 연합뉴스

3년을 질질 끈 중고차시장 완성차업계 개방이 이달에도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소비자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업계 이익보다는 투명한 시세와 이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거래가 기본인 시대 변화에 부응하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조속한 중고차시장 개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민교통안전협회와 자동차시민연합, 교통문화운동본부 등 6개 교통·자동차 전문시민단체가 연합한 교통연대는 26일 중고차시장 전면 개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달 내 완성차업계·중고차판매업계 간 최종 합의가 안 되면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즉시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중고차 개방 논의를 마무리 짓고 중고차시장을 완전 개방하라”고 촉구했다.



중고차시장 개방 문제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중기부, 관련 업계 등이 지난 6월 발족한 ‘중고자동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들은 당초 완성차업계의 중고차시장 진입을 위한 완성차·중고차매매업 간 상생협력안을 이달 말까지 도출하기로 했지만, 시한을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현재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완성차업계의 중고차시장 진입 여부는 원래 ‘소상공인 생계형적합업종 특별법’에 따라 중기부 심의위에서 결정될 사안이었다. 소상공인단체가 종사 업종에 대해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신청을 하면 동반성장위원회가 실태조사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생계형업종으로 추천할지를 담은 의견서를 최대 9개월(기본 6개월+연장 3개월) 안에 중기부에 제출하고, 중기부는 이 의견서를 참고해 최대 6개월(기본 3개월+연장 3개월) 이내에 심의위를 개최해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중고차판매업계의 소상공인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신청은 3년 전인 2019년 2월에 이뤄졌다. 하지만 동반성장위는 이들이 생계형업종으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중기부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중기부는 지난해 5월 이전에 심의위를 개최해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중기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단순히 생계형적합업종 지정을 하는지 여부의 문제뿐 아니라 중고차 산업 전반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현재까지는 을지로위원회 등의 논의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등에선 중고차·완성차 업계의 이해관계보다 소비자 권익 증진에 초점을 맞춘 중고차시장 개방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가 지난 4월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79.9%가 현재 중고차시장이 혼탁·낙후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완성차업체의 인증 중고차 판매에 대해서는 68.6%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정부가 결정을 미루고 양 업계 간 밥그릇 싸움을 방치하는 사이 허위·미끼 매물과 침수차·사고차 판매, 주행거리 조작, 불투명한 가격산정 등 후진적이고 불법적인 거래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감당하고 있다. 지난 5월 충북지방경찰청은 허위 매물을 미끼로 중고차를 강매한 중고차 딜러 등 4명을 구속하고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에게 사기당한 피해자 중 1명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