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5개월간 지속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연 0.75%로 결정하고,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 의결했다.
이번 금리 인상은 특히 가계 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 금융 불균형 문제가 핵심적으로 고려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불균형 해소에 역점을 두고 금리를 인상, 정상화하는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각종 규제에도 대출이 빠르게 늘자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관리를 강하게 압박, 일부 은행이 대출을 중단했다. 가계 부채와 자산가격 급등 문제 해결이 시급해지면서 한은도 긴축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사실도 금통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테이퍼링이 시작된 뒤 조만간 연준의 본격적 기준금리 상승이 예상되는데, 금통위가 선제적으로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올려 격차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올해 추가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도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10월 회의에서 경제상황을 평가하고 11월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을 “정상화 과정”이라고 했지만, 가계 이자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05조원으로, 이 중 예금은행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2.7% 수준이다. 산술적으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은 3조1000억원 늘어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슈퍼 예산’을 짜고 있는 재정당국과 엇박자 논란도 일고 있다. 한은이 시중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가운데에도 정부는 600조원이 넘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등 확장 기조를 이어가려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