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고위공무원들이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를 밀어붙이면서 “현 정부에서 월성 1호기가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으냐”는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월성 1호기는 경제성이 있다’는 한국수력원자력 측의 반발에 대해선 “원전을 제대로 못 돌리면 어차피 경제성도 없는 거 아니냐”는 발언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산업부가 월성 1호기를 폐쇄할 것을 윽박지르는 비정상적인 광경이다.
26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탈원전 수사’ 관련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의 공소장에서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박모씨가 원전산업정책과장 정모씨에게 “한수원 측은 왜 자꾸 (월성 1호기가) 경제성이 있다고 말을 하느냐”며 “원전을 제대로 못 돌리면 어차피 경제성이 없는 것 아니냐, 그 사람들은 상황을 똑바로 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적시했다. 박 실장은 이어 “한수원이 월성 1호기에 대해 무슨 말을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일축하고 “현 정부에서 월성 1호기가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냐”고 반문했다.
박 실장의 발언은 2018년 4월4일 정 과장이 “한수원 사람들이 계속 (월성원전에) 경제성이 있다고 얘기한다”는 전화 보고에 답변하면서 나온 것이다. 정 과장은 이 발언을 스피커폰을 켜놓고 통화한 탓에 이 자리에 함께 있던 한수원 관계자들이 모두 들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밝혔다. 검찰은 이 장면을 산업부가 한수원에게 ‘즉시 가동중단 방침을 따르라’고 강하게 압박한 증거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과장은 한수원 관계자들 앞에서 당시 한수원 사장 취임을 하루 앞두고 있던 정재훈 내정자에게도 전화를 건 것으로 조사됐다. 정 과장은 정 내정자에게 “백 장관에게 월성 원전 계속 가동 방안을 보고했다가 질책을 받았다”며 “‘월성 1호기는 한수원 이사회 의결 즉시 가동중단’하는 것이 산업부의 명확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 내정자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추진방안 및 향후계획’ 문건도 촬영해 전송했다. 월성 1호기 폐쇄가 산업부의 강력한 의지란 점을 거듭 확인시킨 것으로 관측된다.
정 과장은 이 자리에서 월성원전 경제성에 대한 ‘조작’을 암시하는 발언도 했다. 정 과장은 한수원 관계자들이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중단하는 경우 월성 1호기 잔존가치와 향후 기대수익을 정부에서 보상해 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자 “경제성이 없어 즉시 가동중단하면 한수원에 손실이 없는 것이 아니냐, 비용보전 문제에 관해 나중에 협의하자”며 구체적인 논의를 회피했다.
검찰은 이 같은 비정상적인 산업부의 압박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이후 일사불란하게 진행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018년 4월2일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내부 시스템에 ‘월성 1호기 정비 기간 연장 보고서’를 등록하자, 문 대통령은 ‘월성 1호기의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를 보고 받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은 곧장 “산업부에 대통령께서 하문하신 내용을 전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정 과장은 이튿날인 3일 ‘월성원전 추가가동 의견’을 골자로 하는 보고서를 백 장관에게 제출했다. 이에 백 장관은 정 과장에게 “너 죽을래”라고 질책하며 “즉시 가동을 중단하는 것으로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 과장은 4일 ‘즉시 가동중단’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문 대통령의 ‘댓글 하명’ 이틀 만에 원전 정책이 180도로 뒤바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