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살 폭탄 테러로 미군과 현지인 수십명이 희생된 가운데 아프간에서 두 차례 대사직을 역임한 라이언 크로커 전 대사가 “전쟁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며 추가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
크로커 전 대사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미국의 (아프간) 철군은 여러 국가의 무장 세력을 대담하게 만들었다”며 “아프간에서 일어난 일은 아프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쟁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며 “(미군) 철수 발표와 과정 전체는 모든 곳의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의 사기를 크게 북돋았다.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파키스탄 탈레반, 그 밖에 무엇이든지, 그들은 승기를 탔고 그들도 그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프간이 테러 단체와 테러 활동의 온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문제는 탈레반이 지금 국가(아프간)를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탈레반은 실제로는 국가를 통제하지 않고, 누구도 (국가를) 통제하지 않는다”면서 “이런 종류의 행동과 이런 종류의 사람들이 돌아와 뿌리 내릴 수 있는 온상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9.11 테러를 가져왔다. 우리는 이제 같은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향후 몇 주, 몇 개월 간 가장 우려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엔 “급진적인 이슬람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며 "파키스탄과 다른 국가들을 주시할 것”이라고 답했다.
크로커 전 대사는 미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도 미국의 아프간 철군이 “폭력적인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더힐에 따르면 그는 지난주 워싱턴주 한 언론에 탈레반의 아프간 재장악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군통수권자로서 미국을 이끌 능력이 있는 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있다”고 비판했다.
크로커는 2002년~2003년, 2011년~2012년 아프간 주재 미 대사를 지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에 대해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규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30분쯤(한국시간 오전 6시30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카불 공항 테러 관련 대국민 연설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린 절대 용서하지 않고, 잊지 않겠다”며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이번 테러로) 대피 작전이 방해받진 않을 것”이라며 “작전을 계속해 완수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테러가 아프간을 장악 중인 탈레반과 연관됐다는 증거는 없다며 “그들이 누구인지 믿을만한 몇몇 이유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테러는 절대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고 미국인과 아프간 협력자들을 계속 대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테러로 희생된 미군 12명은 “가장 이타적인 영웅”이라고 치하하기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카불 공항 인근에선 두 차례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90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부상당했다.
케네스 맥켄지 미군 중부사령관은 이번 테러로 미군 12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당했다며, 이슬람국가(IS)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IS-코라산’으로 알려진 IS 아프간 지부도 이날 선전 매체를 통한 메시지에서 카불 공항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며, 미군과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인을 표적으로 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