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의 마지막 숨/샘 킨/이충호 옮김/해나무/2만원
‘지구의 이야기는 곧 기체 이야기다. 사람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숨을 들이쉴 때마다 로마 황제 카이사르가 “브루투스, 너마저”라고 외치며 마지막으로 내쉰 숨결의 일부를 마시고 있다고 한다. 한때 역사적 인물의 폐 속에서 춤추던 분자들은 먼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의 몸속에 머물다 간다. 역사적 인물들뿐만 아니라 지구와 인류의 역사가 도래한 이래 나타난 온갖 종류의 기체 역시 우리가 머금은 공기에 포함돼 있다.
2부는 ‘공기의 이용’으로 공기와 인간의 관계를 다뤘다. 의학 역사상 최초로 가스 마취제를 성공적으로 시연한 불운한 사업가 호러스 웰스와 사기꾼 윌리엄 모턴. 아내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증기기관을 개선해 산업혁명을 추동했던 엔지니어 제임스 와트와 다이너마이트 발명으로 얻은 ‘죽음의 상인’이라는 악명을 떨쳐내기 위해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 그리고 열기구를 만들어 인류가 중력의 밧줄을 끊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꿈을 이루게 한 몽골피에 형제까지 역사적·과학적 주요 사건들과 인물들을 망라했다. 기체에 대한 연구는 인류가 질병과 근력, 중력이라는 타고난 한계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준 것이다.
3부는 ‘프런티어’라는 제목으로 공기의 현대사를 비춘다. 현대 인류는 공기를 새롭게 빚어내고 변모시켰다. 특히 지난 수십년 동안 대기의 조성은 인간으로 인해 뚜렷하게 변했는데, 바로 핵무기 때문이었다. 미 군부는 1945년 이래 핵실험을 수백 차례 실시했고 그 과정에서 방사성 원자들이 지구 위 모든 곳에 촘촘히 뿌려지며 대기의 조성을 변화시켰다. 이로 인해 공기 중 방사성 탄소-14의 양은 두 배로 늘어났고, 그 결과로 우리는 이전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졌다.
책에는 공기의 현대사와 관련해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깃거리도 풍성하다. 아인슈타인이 안전한 냉장고를 만들기 위해 분투한 일화가 대표적이다. 냉장고의 치명적인 유독가스 때문에 가족 전체가 질식사했다는 기사를 접한 아인슈타인은 동료 물리학자 레오 실라르드와 함께 독성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안전한 냉장고를 만들었다. 하지만 다른 냉장고 제조회사가 저렴한 프레온(염화불화탄소)을 냉매로 사용하게 되면서 시장화에 실패했는데, 잘 알려져 있듯 프레온은 오존층에 구멍을 뚫는다는 단점이 있다. 만약 인류가 아인슈타인의 냉장고에 투자했더라면 닥쳐올 많은 문제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똑똑하고 매력적인 과학저술가로 불리는 저자 샘 킨은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적 사실을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탈바꿈시킨다. 전작인 베스트셀러 ‘사라진 스푼’에 이어 이 책 역시 아마존 ‘베스트 논픽션’, 가디언 ‘최고의 과학책’ 등 출간과 동시에 찬사를 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