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여름 불청객’이던 시절은 지났다. 여름에 자취를 감췄던 모기가 최근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추세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올해 여름에는 7월 초 짧게 끝난 장마로 인해 물 웅덩이가 많이 생기지 않았고, 낮 최고기온이 30도 중반까지 치솟는 ‘폭염’과 밤 기온이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모기들이 자취를 감췄다.
질병관리청에서 전국 16개 감시센터에서 조사‧취합해 발표한 것에 따르면 올해 모기는 평년(2017~2020년) 대비 74%, 작년 대비 44% 감소했다.
한 여름의 폭염과 그로 인한 가뭄은 사람만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모기에게도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앞서 고신대학교 보건환경학부 이동규 교수는 지난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온이 32도가 넘어가면 모기의 수명이 짧아지고, 활동을 잘 안 한다“면서 ”(계속되는 폭염으로) 비교적 습도가 높고 기온이 떨어지는 풀숲 같은 곳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교수는 ”올해 말라리아 매개 모기를 조사한 것을 보면 말라리아 모기도 50% 가까이 줄었다“면서 ”이들은 논에서 나오는데, 논에 물이 마르고 폭염이 계속되면서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후와 관계없이 가을이 되면 온도가 떨어져서 27도 안팎이 되는데, 모기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라면서 ”그렇게 되면 숲속이나 공원 등 나무들이 많은 곳에서 숫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의 예측은 최근 현실화되고 있다. 8월 하순이 되면서 날씨가 선선해지자 모기의 활동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8월 초부터 강원도 내 모기 개체수는 전월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서울시 모기 관측에서 9월 모기 개체 수는 8월보다 일평균 약 21%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최근 가을장마가 이어지면서 물웅덩이가 곳곳에 생기면서 모기의 유충인 장구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모기의 개체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가을 모기가 늘어나면 말라리아나 일본뇌염 등 모기를 매개로 하는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모기에 물리면 깨끗한 물에 씻어주거나 물파스나 소독약을 사용해 가볍게 상처 부위에 바르는 것이 좋다. 침을 바르는 것은 위험하다. 침 속에 있는 상재균이 오히려 상처를 악화시켜 추가 감염 위험성이 높아져서다.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 모기의 접근을 막거나 쫓아내는 ‘모기기피제’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제품의 용기에 의약외품 표시가 있고 유효성분으로 디에틸톨루아미드, 이카리딘, 에틸부틸아세틸아미노프로피오네이트 등이 함유된 제품을 구입해 사용한다.
그나마 가을에는 기온이 선선해지면서 긴소매의 옷을 착용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면 모기에 물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집안에서는 편안한 옷차림을 하기 때문에 실내로 들어온 모기의 공격을 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