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차유행 한창인데 보건의료 파업이라니, 대화로 풀어야

파업 강행하면 방역현장 대혼란
인력확충·처우개선 접점 찾아야
‘위드 코로나’ 전환 구체화 필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어제 약 90% 찬성률로 다음 달 2일 총파업을 결의했다. 노조 측은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공공의료시설 확대 등을 요구해왔으며 남은 6일간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한다. 파업에는 전국 130여개 의료기관 노조원 6만여명이 참여하며 국립중앙의료원과 주요 대학병원도 포함된다. 양측은 그동안 11차례 교섭에서 핵심사안에 대해 대부분 이견을 좁히지 못한 만큼 향후 협상도 난항을 겪을 공산이 크다. 정부는 파업 때 비상진료대책으로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미덥지 않다. 확진자 급증 여파로 중증병상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보건 의료파업까지 현실화하면 의료·방역체계가 대혼란에 빠질 게 뻔하다.

지난 1년 7개월간 이어진 코로나 사태로 의료현장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많은 의료인이 업무 폭주를 감당하지 못해 번아웃(탈진 증후군)에 시달리기 일쑤다. 간호사 한 명이 열악한 환경에서 방호복을 입고 환자 8명을 돌보는데도 월급이 파견직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환자와 그 가족들이 욕설, 폭언 등 갑질까지 하는 사례도 수두룩하다. 이러니 현장을 떠나는 간호인력이 속출하는 게 아닌가. 언제까지 이들에게 희생과 헌신만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파업 개시 전까지 보건의료인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해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정부의 고강도 방역조치에도 4차 유행은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제 신규확진자는 1841명으로 52일째 네 자릿수를 이어갔다. 위중증환자가 연일 400명 이상 쏟아지고 그제는 20명이나 숨졌다. 중증 병상 가동률이 70%에 육박했고 경북·인천·대전·세종·제주 등에서는 병상이 꽉 찼다. 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는 현재 사회적 거리 두기 ‘약효’가 크게 떨어졌다며 이대로면 하루 확진자가 1만명 이상 쏟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제에 방역 전략을 확진자 발생 억제에서 위중증 환자에 집중하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바란다. 사회·경제적 부담이 큰 거리 두기를 무한정 지속할 수는 없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거나 보완하기 위해서는 고령층의 경우 90% 이상, 일반 성인은 80% 이상 접종이 완료돼야 한다”고 했다. 방역 당국은 예방접종이 마무리단계인 국내 방역조치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행정명령으로 옥죄는 방역보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위드 코로나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4차유행의 기세를 꺾고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는 게 급선무다. 당장 추석방역이 발등의 불이다. 방역 당국은 4차유행 상황을 봐가며 추석 연휴 기간 가족 간 모임과 요양원 면회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파력이 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만큼 아직 방역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느슨해진 방역이 전국 확산세를 촉발하지 말란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