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판매한 이커머스, 수수방관할 일 아니다 [현장메모]

‘쓸수록 중독되는 할인의 맛, 머지포인트.’ 

 

최근 환불 사태로 논란이 된 머지포인트 홈페이지를 장식한 구호다. 지금은 머지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매장을 대폭 줄이고 머지머니, 머지플러스 사용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대표 편지가 올라와있다. 머지포인트 측과 이를 판매한 이커머스 업체 등을 믿고 구매한 소비자들은 여전히 속을 태우고 있다.

 

머지포인트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환불 신청을 받아 구매 가격의 90%에 한해 환불을 해준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동안 머지포인트를 판매한 온라인 쇼핑몰은 운영사인 머지플러스에 환불 책임이 있다면서 선을 그었지만, 11번가가 처음으로 이용자 구제안 마련에 나섰다. 

 

최근 한 달 이내 판매된 머지포인트 전량 결제 금액에 대해 환불 혹은 신용카드 결제 취소 등으로 소비자 피해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3000억원이 넘는 머지포인트가 대부분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20% 할인된 가격으로 팔렸다. 소비자들로서는 국내 내로라하는 쇼핑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머지포인트가 어느 날 사용이 어렵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머지포인트 사태가 발생한 뒤 이커머스 업체들이 환불 책임을 머지플러스에 미루자 책임 회피 논란이 불거진 이유다.

 

이커머스가 단순히 판매 경로였다고 하더라도 입점 판매자의 건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결함 있는 상품을 팔아 차익을 챙겼다면 당연히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적절한 대책에 나서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 의미에서 11번가가 일단 구매자와 머지포인트 가맹점의 피해 구제가 우선이라면서 소비자 환불 조치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무제한 20% 할인’을 표방한 머지플러스는 지난 11일 밤 당국의 전자금융업 등록 요청을 이유로 포인트 판매를 중단하고 사용처를 축소한다고 기습 발표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머지포인트는 소비자가 월 1만5000원을 운영사인 머지플러스에 지불하고 액면가에서 20% 할인된 머지포인트를 온라인몰에서 구입해 가맹업체인 대형마트, 편의점, 음식점 등 200여개 브랜드 6만여개 매장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앱 가입자가 100만명, 월평균 거래액이 300억~400억원, 발행 포인트 누적 금액이 1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머지포인트와 유사한 선불 전자 지급 서비스에 물린 선불 충전금이 2조 원에 달해 피해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동안 금융 당국은 이용자가 이렇게 늘어나고 거래 규모가 커지는 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머지포인트 이용자 가운데는 생필품을 싸게 사서 생활비를 아껴보려고 한 서민들이 많다고 한다. 결국 조금이라도 싼 가격을 찾던 고객들만 큰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전자금융사업자로 등록되지도 않은 업체와 제휴한 온라인 쇼핑몰이나 금융사,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등도 남의 일처럼 손을 놓아서는 안된다. 소비자들로서는 공신력있는 쇼핑 플랫폼, 유명 업체들이 제휴하고 있기 때문에 머지포인트를 이용한 것으로 봐야한다. 

 

무엇보다 사태를 자초한 머지플러스는 약속한대로 소비자들에 대한 환불을 차질없이 지켜야 한다. 이커머스 업체들도 11번가가 물꼬를 텄듯이 피해 구제에 나서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비대면 사회에서 이 같은 금융 사고는 재발될 소지가 크다. 

 

금융 당국의 안이한 대응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소비자들도 ‘무제한 20% 할인’ ‘중독되는 할인의 맛’과 같은 달콤한 문구에 현혹되지 않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