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름극장 재개관으로 신명나는 무대를 새로 펼치게 된 국립창극단이 첫 작품으로 ‘흥보展(전)’을 선보인다. 배우이자 연출가인 김명곤, 명창 안숙선, 설치미술가 최정화 등이 의기투합해 만드는 작품이다. 박씨를 물고 오는 제비와 놀보·흥보 형제가 나오는 흥보전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는 민족 고전이다. 지금 창극의 모습을 만든 연출가 허규(1934~2000)의 ‘흥보가(1998)‘를 원작 삼아 김명곤이 극본·연출로서 자신만의 독창적 상상을 불어넣는다. ‘박’이라는 존재가 상징하는 민중의 염원을 중심으로 이야기 속 ‘제비 나라’ 장면을 새롭게 추가해 환상적이고 극적인 재미를 부여할 예정이다. 사건을 일으키는 해설자적인 역할로 제비가 등장해 보다 확장된 관점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권선징악, 형제간의 우애보다는 그 이면에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에 초점을 맞춘다.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흥보, 그리고 동생의 행복을 시기하는 탐욕스러운 놀보는 잘 먹고 잘살기를 바라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욕망하는 현대인의 모습이다.
김명곤은 “판소리 ‘흥보가’가 고달픈 세상살이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욕망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2021년 창극 ‘흥보展’은 다양한 인간의 면면을 드러내며 한 번쯤 판타지를 꿈꾸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