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이어 ‘언자완박’ 강행 당내 반발 커져도 지도부 외면 ‘침묵’ 청와대도 방조 책임져야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어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문제를 협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늘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오늘 본회의에 앞서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를 열고 최종 결론을 내린다.
언론중재법은 민주당과 청와대를 제외하고 거의 모두가 반대하는 악법이다. 정의당을 비롯한 야당은 물론 학계, 시민단체, 국제언론단체 등에 이어 여당 안에서도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웅래·오기형 의원 등 온건파 의원 7명은 27일 송영길 대표를 만나 개정안 처리 연기를 요청했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개정안은) 언론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며 “야당과 시민·언론단체에 문제가 된 부분을 수정·보완하는 방향으로 개정하자고 설득해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당 지도부는 강성 지지층 결집에만 정신이 팔려 비판 여론에는 귀를 닫고 있다.
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가 27일 국내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개최한 언론중재법 설명회는 이 법안이 얼마나 졸속 추진됐는지 단적으로 드러난 자리였다. 설명회는 영문 자료와 전문 통역사도 없이 진행됐다. 특위 위원장인 김용민 의원은 외신이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이냐는 질문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답변했다. 외신기자들은 이미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외신은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통지를 받은 상태였다. 행사를 급조한 탓에 망신을 자초한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가짜뉴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서 그 온상으로 지적받는 유튜브와 SNS를 처벌 대상에서 뺀 건 어이가 없다. 비판 언론의 입을 틀어막아 정권 비리를 감추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팔짱만 끼고 있는 청와대도 무책임하다.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에 대한 우려를 비공식적으로 여당에 전달하고 있다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개혁 등에 대해선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대통령이 민주주의 근간인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언론중재법에 대해선 묵언수행하듯 침묵으로 일관한다. 침묵은 묵인·방조나 마찬가지다. 문재인정권은 무엇이 그렇게 두렵고 숨길 게 많기에 검찰의 손발을 묶은 데 이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데 사활을 거는가.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에 이은 ‘언자완박(언론자유 완전박탈)’은 독재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