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난해 5월 이후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리면서 0.75%가 됐다. 여전히 1% 미만의 저금리 상태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해왔던 초저금리 기조가 바뀌기 시작했단 얘기다. 초저금리 기조 속에 활발했던 증시의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영향을 받을지 관심을 모은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융자거래 잔고는 13조3663억원, 코스닥시장의 잔고는 11조911억원이다. 이는 2019년 말 대비 각각 43.53%(9조3118억원), 87.11%(5조9275억원) 늘어난 규모다.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4조686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1조5425억원 등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다 다소 줄어들긴 했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증권사들도 신용융자 거래의 금리 인상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대다수의 증권사들은 시중금리를 기본 금리로 삼고 여기에 회사별 가산 금리를 더해 신용융자 금리를 책정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신용융자 금리도 인상시킬 요인이 생기긴 했지만, 아직은 곧바로 신용융자 금리에 반영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융자 금리가 자주 바뀌면 고객이 불편해하기 때문에 시중금리가 크게 변동하지 않는 한 신용융자 금리에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한 번의 기준금리 인상이 빚투에 끼칠 영향을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0.25%포인트 인상 수준으로는 빚투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증권사 대출 금리가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고 여전히 투자 기대 심리가 높기 때문이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연내에 추가 인상될 가능성도 매우 높기 때문에 신용융자 금리도 결국은 따라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점진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며, 빚투 열풍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신용융자 금리도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이뿐 아니라 은행권에서도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있어 개인들이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은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