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이사 예정인데 그때는 필요한 만큼 대출을 못 받을 것 같아 미리 받으려 합니다”, “대출 막차라고 해서 마이너스통장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다음 달부터 연봉을 넘는 신용대출을 받기 어렵게 되면서, 불안에 빠진 금융소비자들이 대출에 몰리고 있다. 당장 목돈이 필요하지 않아도 대출을 받아두려는 가수요가 발생하면서 한 주 새 신용대출 증가 폭은 전주 대비 6배로 뛰었다.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은 최근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관리 지침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 한도를 대폭 낮추기로 한 영향이다.
5대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은 27일 금융감독원에 신용대출 상품 대부분의 최대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은행권 시중은행의 대출 한도는 보통 연 소득의 2배다.
은행별로 적용 시점은 다를 수 있지만, 당장 9월부터 대출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NH농협은행은 신규대출을 중단한 24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의 100%로 축소했다. 하나은행도 대출 한도 축소를 27일부터 시행 중이고, KB국민은행도 이날 “가계 신용대출 ‘연소득 이내’ 제한을 9월 중 시행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은행들도 내부 협의를 거쳐 9월 중엔 실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모든 은행에서 신용대출 한도가 축소될 경우 당분간 연 소득 이상의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한도 축소가 실행되기 전까지 가수요가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속도 조절 주문에 은행권이 대출 한도 축소와 금리 인상 등을 예고하면서 11월 한 달간 5대 은행 대출이 9조원 이상 늘어난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도가 연 소득 이내로 축소되면 고소득자의 경우 대출받을 수 있는 돈이 최소 수천은 적어질 수 있다”면서 “머지않은 미래 목돈이 필요한 직장인과 고소득 전문직 중심으로 가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기존 1억원가량에서 5000만원 이하로 줄이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올 초부터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제한했다. 하나은행은 27일 신용대출 한도 축소와 함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줄였다. KB국민은행은 다음 달 중 시행 예정이며 NH농협은행도 검토 중이다.
신용대출 한도 축소에 이어 10월쯤엔 대출 금리도 오를 전망이어서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24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수신(예·적금) 금리를 인상한다.
케이뱅크는 28일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30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0.2∼0.3%포인트, NH농협은행은 다음 달 1일부터 0.05∼0.25%포인트 올릴 예정이다. KB국민·하나·우리은행·카카오뱅크 등도 조만간 예·적금 금리를 인상할 방침이다.
과거에도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은 수신금리에 바로 반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적금 금리가 상승하면 다음 달 코픽스 금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코픽스를 기준으로 삼는 시중은행 변동성 대출 금리도 따라 오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최근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선반영해 대출 금리를 올려왔기 때문에 곧바로 추가 인상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예·적금 금리 상승에 따라 대출 금리가 시차를 두고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한은이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만큼 은행 대출 금리는 더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