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 입장을 밝히고 관련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서 한국 망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국내에 들어와 살 수 있게 해주세요.”
“지금 대한민국도 불경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너무나 힘든 상황입니다. 자국민도 죽니 사니 하는 마당에 난민이라뇨.”
반(反)난민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난민대책국민행동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의 종교인 이슬람은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고, 어린아이와 여자들을 탄압하는 잔인한 사고방식을 가진 종교”라며 “아프간인은 그들과 문화나 언어가 맞는 국가로 안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정부가 한국 정부기구를 도왔던 아프간인과 가족 380여명을 국내로 데려와 ‘조력자’로 대우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국내에 남은 아프간인들이 서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 수준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이슬람 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 외국인 유입에 따른 막연한 일자리 감소나 치안불안 등의 우려가 난민 혐오 정서를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난민에 대한 과장된 불안
문제는 이런 반대 근거가 부정확하거나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2016년 난민 수용 인원이 44만5210명으로 전년(14만8215명) 대비 약 3배 늘어난 데 비해 범죄는 겨우 0.7% 정도 늘었다. 난민 32만5370명을 수용한 2017년에는 오히려 범죄가 전년 대비 약 9.6% 줄었다. 난민을 수용하면 범죄가 늘어날 것이란 주장을 반박하는 결과다.
난민 수용에 따른 정부의 경제적 부담 또한 현재로써는 걱정할 수준이라 보기 어렵다. 일단 한국 정부로부터 난민으로 인정된 경우 자체가 그리 많지 않다. 법무부에 따르면 1994년 이후 올해 7월까지 27년여 동안 난민 인정 건수는 1119건에 그친다. 전체 난민 심사완료 건수 3만9674건 중 약 2.8% 수준으로, 1년에 40건 남짓한 수준이다.
인권·난민단체는 한국의 난민인정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인정률인 25%에 한참 못 미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적극적인 난민 인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성명을 통해 “극도로 낮은 난민 인정률과 한국 정부의 모호한 입장 속에서 한국에 난민에 대한 오해와 혐오가 넘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런 주장이 한국의 지리적·문화적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개 내전으로 난민이 발생하는 지역이 중동과 북아프리카, 중남미인 터라 많은 난민은 인접국인 유럽이나 미국·캐나다로 향하는 상황이다. OECD 회원국의 평균 난민 인정률과 국내 상황을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성제 변호사는 “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낮다는 건 그만큼 ‘허위 난민’이 많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할 때”
변화는 있다. 정부가 아프간에서 한국 정부 조력자들을 국내로 이송한 것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7일 만 18세 이상 성인 500명에게 아프간 내 한국 정부 조력자의 국내 이송 등 조치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공감한다’는 응답이 68.7%로 ‘공감하지 못한다’(28.7%)보다 훨씬 많았다. 충북 진천군이 한국에 온 아프간 조력자들의 숙소를 내어주자, 이를 응원하는 이들이 ‘감사하다’며 진천군의 특산물을 구입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난민 수용을 찬성하는 이들은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이런 인식이 ‘한국을 도와준 이들’에 한해서만 적용된다는 한계도 있다. 대학생 A씨는 “이번에 아프간에서 온 사람들은 한국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들었다. 그런 사람들은 당연히 도와줘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한국과 인연이 없는 사람들까지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인권·난민단체 등은 아프간인 추가 이송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주민센터 친구’의 이진혜 변호사는 “난민협약과 난민법에 따라 박해를 피해 온 사람들을 환대하는 게 우리나라의 의무인 데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갖는 지위를 고려할 때 더 많은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프간인 국내 이송 작전명인) ‘미라클’이 한 번으로 그쳐선 안 된다. 제2, 제3의 미라클 수송기를 아프간에 보내 아직 남은 한국 조력자들을 구출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