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담동 마녀김밥, ‘집단 식중독’ 사건 한 달도 안돼 본사 상호명과 대표이사 바꿔

프랜차이즈 대표이사도 변경
“손해배상 대응 제대로 못하면서”
피해자들 ‘이미지 세탁’ 비판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성남시 분당의 2개 지점에서 270여명의 집단 식중독 피해자를 낳은 김밥 프랜차이즈의 본사가 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상호명과 대표이사를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청담동마녀김밥 본사인 ‘청담동마녀김밥에프엔비’는 지난 20일 ‘멘토푸디즘’으로, 대표이사는 홍모(29)씨에서 김모(47)씨로 각각 바꿨다. 새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씨는 이전까지 감사로 본사에 소속돼있던 인물이다. 

 

피해자 측은 본사가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대응도 제대로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 ‘이미지 세탁’부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청담동마녀김밥 집단 식중독 피해자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정진의 박영생 변호사는 “손배소 제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측이 운영체제나 피해자들의 휴업 손해배상 등에 관해 슬쩍슬쩍 말을 바꿨고, 통일된 입장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불과 1~2주 사이 상호명과 대표자를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 바꿔버렸다”며 “아마도 이미지 쇄신 등이 목적인 것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본사 측은 기존과 전혀 다른 상호명으로 바꾼 이유에 대해 “숨기고 사업을 확장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신임 대표는 “집단 식중독 사고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고 이 일이 상호명·대표자 변경과 무관하진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보다도 기존 직영점 체제를 손봐 가맹법의 법적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려 준비하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법인명을 바꿔 다른 업체인 척 추가 가맹점을 모집하거나 이전에 청담동마녀김밥이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사업을 확장하려는 목적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마녀김밥 홈페이지 캡처

상호명과 대표이사 변경 등이 발 빠르게 이뤄진 것과 달리 집단 식중독 피해자 손해배상을 둘러싼 갈등은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

 

문제가 된 청담동마녀김밥 두 개 지점에서 식사 후 식중독 증상을 보인 276명의 피해자 중 135명은 이날 본사와 해당 지점들을 상대로 총 4억원 상당의 손배소를 수원지법에 제기했다. 피해자 중 일부는 업체 측을 대리하는 보험사로부터 휴업 배상 문제 등을 이유로 접수 거부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금융감독원 등에 추가로 진정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본사 측은 “배상과 관련해선 문제가 된 두 개 지점 관리 주체가 달라 사안이 복잡하다”면서 “본사가 관리하는 지점(정자점)에서는 피해자 손해배상도 문제없이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본사 관계자는 “과거 판례나 보험사 기준에 따른 배상 책임 등에 맞지 않는 무리한 요구까지 모두 들어주기는 어렵지만 적당한 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신 분들께는 바로바로 배상을 진행해드리고 있다”며 “보험사에서 접수를 거부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고 저희도 피해 회복이 원활하게 진행되길 바라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성남시 분당구 소재 청담동마녀김밥 A지점과 B지점에서 김밥을 사 먹은 276명이 고열·구토·발열 등 식중독 증상을 보였고, 이 중 40여명은 입원 치료를 받았다. 보건당국 조사 결과, 식중독 환자들과 김밥집 두 곳에서 채취한 검체에서는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