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독단적으로 안 한다”… 언론중재법 숨 고르기

9월 정기국회 처리 가능성
정의당, 국회 논의기구 제안
민주, 내부적으로 검토 방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언론재갈법’으로 불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는 데 대해 당 안팎의 우려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언론단체와 학계,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에 이어 국제사회에서까지 비판이 제기되면서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발목을 잡은 ‘독주 프레임’이 내년 대선에서 ‘정권 심판론’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법안 처리는 시기의 문제일 뿐 언론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은 굽히지 않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에 재갈 물리기’라고 과장해서 극단적인 경우를 사실인 것처럼 확대해석하는데, 지혜를 모아 언론에 대한 피해를 구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은 절대 독단적으로 뭘 하지 않는다.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겠다. 의원총회도 하고 민변, 언론단체도 계속 만나고 있다”면서 속도조절을 둘러싼 고민을 내비쳤다.



언론중재법안 명분을 강조하는 지도부의 공개 발언이 이어졌지만, 비공개 회의에서는 일방적인 강행 처리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지도부) 대부분이 언론중재법에 내용의 타당성과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여러 절차상 내용상 문제에 대한 걱정을 하는 최고위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민주당 원로들 역시 강행처리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청했다. 문희상·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과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등은 이날 송 대표와 가진 비공개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안 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고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들은 언론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그러나 지혜롭게 처리했으면 좋겠다. 여러 사람들과 손을 함께 잡고 가는 게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선경선기획단장인 강훈식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청와대 일부에서도 부담스러워하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날 송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갖고 언론중재법에 대한 우려 사항을 전달했다. 그는 언론개혁특위 등 국회 차원의 기구 등을 통해 언론중재법과 관련한 추가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송 대표는 “고민해 보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할 경우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동참하겠다는 방침이다. 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8월 임시국회 악법 처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불통 정치의 상징은 이제 민주당이 됐다”며 “민주당은 언론 입을 틀어막는 독재 정권의 길을 열고 있다”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