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잡으려 만든 美국토안보부, 아프간 난민 지원 총괄

2001년 9·11 및 테러와의 전쟁 계기로 창설
백악관 “아프간 난민들 美 정착 총괄할 것”
20년 만에 180도 달라진 임무… “격세지감”
미국 텍사스주 포트블리스 육군기지 내에 설치된 아프가니스탄 피란민 임시 수용소 전경. 백악관은 아프간 탈출자들의 미국 내 정착을 지원할 총괄 책임을 국토안보부에 맡겼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치하에서 벗어난 아프가니스탄 탈출자들이 미국 특별이민비자(SIV)에 근거해 속속 미국으로 입국하는 가운데 아프간인들의 미국 사회 재정착을 지원할 책무가 국토안보부(DHS·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에 맡겨졌다. 국토안보부가 2001년 9·11 테러, 그리고 아프간 등을 상대로 한 ‘테러와의 전쟁’이 계기가 돼 만들어진 부처라는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미 백악관은 29일(현지시간) 미국에 도착한 아프간 탈출자들의 미국 내 정착을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키로 하고 관계부처 간 업무 조율을 국토안보부가 총괄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국토안보부는 본인이 쿠바 출신 이민자인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장관이 이끌고 있다.

 

정리하면 조 바이든 행정부 내에 아프간 탈출자 문제를 다룰 일종의 태스크포스(TF)가 생겼으며, 마요르카스 장관이 이 TF의 팀장으로서 본인 소관의 국토안보부는 물론 다른 부처들까지 이끌게 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아프간 전쟁 때 미국을 위해 일했던 아프간인들, 탈레반 집권 하에선 생존이 힘든 취약한 아프간인들을 미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재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이민 관련 제반 행정절차의 처리부터 코로나19 진단검사 및 확진자 격리·치료, 미국 내 여러 군(軍)기지에 임시로 수용된 피난민들 생활 지원까지 전부 총괄하게 된다”고 밝혔다.

 

미국 수도 워싱턴에 있는 국토안보부 청사를 알리는 표지판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는 “국토안보부는 연방정부 기관으로서 다른 부처 등 연방 기관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전폭적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국무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들의 적극적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국토안보부, 그리고 마요르카스 장관에게 커다란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국토안보부라는 연방정부 부처의 탄생 배경이다. 2002년 11월 신설된 국토안보부는 미 내각을 구성하는 여러 부처 가운데 연혁이 가장 짧은 ‘막내’ 기관이다. 한 해 전인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테러 분자 등이 미국에 침투하는 것을 막을 목적에서 설립됐다. 당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알카에다가 여객기를 공중에서 납치해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국방부 청사 펜타곤 등과 충돌시킨 이 사건으로 3000명 가까운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모습.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부는 이듬해인 2002년 국토안보부를 창설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다시는 9·11처럼 테러 집단에 허술하게 뚫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각오로 국경 경비 및 이민 관리 등을 담당하는 총 22개 정부 조직을 하나로 통합해 ‘공룡 부처’ 국토안보부를 만들었다.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정보 및 수사기관들이 국토안보부에 흡수됐다.

 

국토안보부가 생길 때만 해도 미국은 아프간을 상대로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곧 국토안보부의 창설 목표나 다름없었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흘러 미국은 아프간에서 철군을 서두르고 있다. 이제 국토안보부는 출범 당시와는 반대로 아프간을 탈출한 피란민들의 미국 국내 정착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아프간 참전 경험이 있는 전직 군인들 사이에서 “지난 20년간 도대체 무슨 일이 었었던 것이냐”며 허탈해 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