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언론중재법 9월 정기국회서 강행 ‘가닥’

여야 3차례 회동… 막판까지 진통
민주 “대선 역풍불라” 숨고르기
사실상 8월 임시국회 처리 무산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회동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두 원내대표는 '언론중재법' 본회의 상정과 관련해 협의점을 찾지 못해 21시에 다시 회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동취재사진

여야는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재갈법’으로 불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일로 예고한 30일 막판까지 대치했다. 민주당은 사실상 8월 임시국회 처리는 무산된 만큼 9월 정기국회에서는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강경론이 상당했지만, 지도부는 청와대와 당 일각에서 주문한 속도조절론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언론단체와 학계,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에 이어 국제사회에서까지 비판 여론이 확산하면서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발목을 잡은 ‘독주 프레임’이 내년 대선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세 차례에 걸쳐 회동을 이어나가며 진통을 거듭했다. 의총을 통해 협상권을 위임받은 윤 원내대표는 야당이 비판하는 일부 조항을 보완한 수정안을 제시하며 다른 안건과 함께 이날 본회의에 일괄 상정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핵심 독소조항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와 상임고문단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송영길 대표는 “‘언론에 재갈 물리기’라고 과장해서 극단적인 경우를 사실인 것처럼 확대해석하는데, 지혜를 모아 언론에 대한 피해를 구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은 절대 독단적으로 뭘 하지 않는다.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겠다. 의원총회도 하고 민변, 언론단체도 계속 만나고 있다”면서 속도조절을 둘러싼 고민을 내비쳤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후 각자 자리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박 의장,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여야는 이 자리에서 언론중재법 상정 여부를 최종 협의한다. 뉴스1

언론중재법안 명분을 강조하는 지도부의 공개 발언이 이어졌지만, 비공개 회의에서는 일방적인 강행 처리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있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지도부) 대부분이 언론중재법에 내용의 타당성과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여러 절차상 내용상 문제에 대한 걱정을 하는 최고위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 의원 워크숍과 달리 이날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강경 처리를 촉구한 의원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송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갖고 언론중재법에 대한 우려 사항을 전달했다. 그는 언론개혁특위 등 국회 차원의 기구 등을 통해 언론중재법과 관련한 추가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송 대표는 “고민해 보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할 경우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동참하겠다는 방침이다. 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8월 임시국회 악법 처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언론 입을 틀어막는 독재 정권의 길을 열고 있다”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