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전을 펼치던 더불어민주당이 당 안팎의 ‘입법 독주’ 비판과 ‘대선 악재’ 우려가 잇따르자 뒤늦게 전직 국회의장단을 비롯해 당 안팎의 의견 수렴에 나서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민주당 원로들은 “쥐 잡다 독을 깬다”며 강행 처리에 대해 강한 우려를 전달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조항 삭제를 두고 여야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은 강행 처리와 수정 후 본회의 상정 등의 경우의 수를 놓고 논의를 이어갔다. 총력전을 선포한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까지 공개 요청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30일 국회에서 네 차례 회동을 이어갔지만, 언론중재법 징벌적 손해배상제 조항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언론중재법 1∼2개 조항에 대해 조정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철회를 포함한 4대 독소조항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언론중재법 합의 처리 시 민주당의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수정 제안도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언론중재법을 본회의에 상정해 8월 임시국회 안에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당내에서 법안의 독소조항과 처리 과정의 절차적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제기되자 이날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의 직전까지도 본회의 상정을 두고 뚜렷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에 부정적인 청와대의 기류도 단독 처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국회를 찾아 김기현 원내대표와 두 번째 협상을 마치고 나온 윤 원내대표를 만났다. 이 수석은 ‘언론중재법 문제를 논의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지만, 강행 처리에 따른 부담 의견을 일부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경선기획단장 강훈식 의원도 KBS라디오에서 “청와대 일부에서도 부담스러워하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에 열린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언론중재법 본회의 상정을 두고 “이번 회기가 언론중재법을 처리할 적기”라는 강경 기류가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도 원칙적인 강행 처리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따라서 8월 처리는 사실상 어렵게 됐지만, 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에서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조항을 삭제하지 않는 한 여야의 극한 대립이 9월 정기국회에서 그대로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허종식 의원은 이날 오후 의총 도중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한 달∼3개월 정도 언론계를 설득하고 여야가 협의하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철민 의원 등 일부 의원은 의총에서 유튜브 등 1인 미디어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을 ‘패키지’로 함께 처리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