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들어 확장적 재정 운용 기조가 계속되고 있지만, 나라 곳간 사정은 그리 넉넉지 못하다. 내년 정부가 세금 등으로 벌어들이는 돈(총수입)은 548조8000억원으로 전망되지만, 나가는 돈(총지출)은 604조4000억원이다. 지출이 수입보다 55조6000억원이나 많은 ‘적자 재정’이다. 이 같은 이례적 상황이 2020년부터 3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재정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돈을 풀고, 돈이 돌아 경제가 회복되면 더 많은 세수가 걷히고, 결과적으로 재정건전성이 개선된다’는 낙관론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그러나 재정 확대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뿐만 아니라 수준도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확장적 재정으로 풀고 있는 돈도 제대로 쓰이고 있지 못하다고 꼬집고 있다.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
정부가 적자 재정을 감수하면서까지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가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과 미래 먹거리 대비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은 “내년에 코로나19 위기를 완전히 종식하고 확고하게 경기를 회복해야 하고, 신양극화에 선제 대응하고 선도국가 도약을 위한 인프라도 구축해야 한다”며 “이런 재정 소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불가피한 정책적 선택으로 확장적 재정 운용 기조를 유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2023년 정상화?… “대선용 돈 풀기” 비판도
정부는 확장적 재정 기조를 내년까지만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2023년 예산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회복을 통한 정상궤도에 안착할 수 있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5년 내내 8%가 넘는 지출증가율을 기록하다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새 정부가 들어서고 초반에는 통상 재정 지출을 늘려왔던 점을 고려하면 현실과도 동떨어진 구상이다.
이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돈 풀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청년 관련 예산이 올해보다 3조3000억원 늘어난 23조5000억원이 편성됐다. 일자리 관련 예산이 1조5000억원 늘었고, 교육·복지·문화(1조2000억원)와 주거(4000억원), 자산 형성(2000억원)도 일제히 확대됐다는 점에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재정준칙을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보다 득표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재정정책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면서 이를 통해 득표하려는 행위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확장재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예산투입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지원에 필요한 만큼의 예산이 투입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진정한 확장재정이라면 선진국처럼 코로나19 대응을 늘려야 한다”며 “코로나19에 대한 손실보상이나 내수 관련된 부분을 가지고 충분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