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던 장난감이 버려지면 아이들의 세상을 아프게 하니까 [포토뉴스]

장난감 재활용업체 고양 ‘토이 리사이클 유니온’
재사용 물질 이용 업사이클 환경교육 통해 40만명 유료체험 ‘또다른 쓸모’의 발견

해마다 버려지는 플라스틱 장난감류 양이 240만t가량이다. 장난감은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구성돼 있다. 플라스틱은 재활용할 수 있지만 장난감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힘들다. 그 이유는 장난감의 크기가 너무 작고 수십 개의 나사, 전선, 회로기판, 모터 등 여러 가지로 이뤄져 있어 분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난감을 플라스틱으로 분류해 버려도 중간집하장에서 90% 이상이 다시 일반쓰레기로 매립 또는 소각된다. 매립된 장난감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데 50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소각 시에는 온실가스를 발생해 환경을 오염시킨다. 버려진 장난감을 재활용해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단체인 사단법인 트루를 찾아가 봤다.

공룡 인형의 눈알이 빠져 나와 있다.

트루는 ‘토이 리사이클 유니온(Toy recycle union)’의 약자다. 트루에서는 장난감 쓰레기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처리하고 있다. 50%는 재사용한다. 바자회 등을 통해서 재판매하고 심사과정을 거쳐 장난감이 필요한 미혼모, 탈북여성, 시리아 난민 아이들에게 기부도 하고 있다. 박준성 사무총장은 “모로코 사하라 지역 아이들이 작고 아기자기하며 다양한 기능을 가진 미니카를 특히 좋아했다”며 기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잘게 쪼갠 장난감 플라스틱 프레이크.
‘장난감학교 쓸모’에서 재료로 쓰일 장난감 플라스틱 조각들을 색깔별로 모아 놨다.

40% 정도의 장난감은 물질 재활용을 한다. 트루에서는 업사이클 환경교육을 위해 ‘장난감학교 쓸모’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버려진 장난감 플라스틱을 분해한 뒤 그 조각들로 새로운 장난감과 작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유료 프로그램인데 벌써 40만명이 다녀갔다. 정해진 방식 없이 플라스틱 조각들을 하나씩 붙여가면서 자기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표현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장난감을 구성하는 플라스틱을 ‘쓸모’ 재료로 사용하는 것 말고도 다른 제품의 원료로 사용하는 ‘업플라스틱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잘게 쪼갠 장난감 플라스틱 프레이크에 열을 가해 만든 판재나 보드를 건축자재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날 트루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장난감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조하늘(24)씨는 “학교에서 에코 작품을 만드는 활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플라스틱과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박지선(20)씨는 “어린 남동생이 장난감을 기지고 놀다가 금방 싫증나 버리는 것을 보면서 장난감을 재활용하는 단체에서 관심을 갖고 봉사활동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장난감 분해 작업을 하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플라스틱 장난감에서 나사를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트루에서 장난감 분해 작업을 하던 자원봉사자들이 한 손에는 장난감과 또 다른 한 손에는 드릴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엄청난 양의 장난감을 분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자원봉사자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나머지 10%는 어쩔 수 없이 버려진다. 분해가 안 되는 것들, 고무나 유리재질이 섞여 있는 장난감들, 기름 등에 오염된 장난감은 버릴 수밖에 없다. 장난감은 아이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난다. 하지만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오염시키는 물질이 되고 있다. 장난감 쓰레기 문제는 곧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다. 박준성 사무총장은 “장난감을 그냥 버리지 말고 사단법인 트루에서 재활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이곳으로 보내면 기부금 영수증도 발급받을 수 있어 가계에도 도움이 되고 아이들 교육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어떤 보상이나 소비욕구를 채워주기 위해서 장난감을 쉽게 사고 쉽게 잊는다.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정서적 교감을 하고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훨씬 더 큰 장난감이다. 그러면 장난감으로 인한 환경 문제가 저절로 해소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