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장맛비에 수확을 앞둔 채소·과수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습한 날씨로 다 자란 작물과 과실에 병충해가 끼면서 추석 대목을 눈앞에 둔 농민들의 표정이 어둡다.
전북 전주의 대표적 과수작목인 배도 병충해를 피해 가지 못했다.
올해 전주 지역 배 생산량은 평년 4천35t에 못 미치는 3천762t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당도도 10∼11브릭스(Brix)로 예년보다 10%가량 낮고, 과실 크기도 전반적으로 작은 상태다.
여기에 일부 과실에는 엷은 흑색의 얼룩무늬가 생기는 흑성병이 번졌다.
습한 날씨에 주로 발생하는 흑성병은 과실 생육을 방해하고 심하면 썩게 한다. 올해는 4∼5월에 많은 비가 내린데다, 장마가 이어져 전국 과수농가에 병이 퍼졌다.
전주시는 올해 지역에서 생산한 배 중 온전한 크기와 모양, 상품성을 갖춘 '정형과' 비율이 30%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명절 차례상에 주로 오르는 정형과와 그렇지 못한 비정형과는 가격 차가 커 도·소매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는 농가가 예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제12호 태풍 '오마이스'와 집중 호우로 큰 피해를 본 경북 지역 농가들도 병충해 확산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가을철 과일인 사과, 배, 포도 작황에 문제는 없지만, 가을장마가 앞으로도 이어지면 품질과 수확량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추석 전 수확하는 사과 등 과실은 일조량이 풍부해야 상품성이 좋아진다"며 "장마로 일조량이 부족하면 당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날 시간당 70㎜가 넘는 비가 쏟아진 충남 홍성에서는 딸기·고추 시설하우스 4개 동이 물에 잠기는 직접적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하우스 안에서 재배하는 작물, 특히 쪽파나 토마토는 한 번 침수가 되면 썩기 시작해 수확이 거의 어렵다"고 걱정했다.
기상청은 비구름이 동해상으로 빠져나감에 따라 중부지방에 내려진 호우 특보를 해제했으나 이날 오후까지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올 수 있다며 농작물 관리에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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