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코앞인데"… 수확 앞둔 채소·과수농가 '한숨'

습한 날씨에 온갖 병충해 창궐…고랭지 배추·배 등 피해 확산
충남지역 농작물 침수피해…"장마 이어지면 과일 당도 저하" 우려

때늦은 장맛비에 수확을 앞둔 채소·과수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습한 날씨로 다 자란 작물과 과실에 병충해가 끼면서 추석 대목을 눈앞에 둔 농민들의 표정이 어둡다.



최근 이틀 동안 100㎜가 넘는 비가 내린 강원지역 농가에는 벌써 온갖 병해충이 창궐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고랭지 배추를 재배하는 태백의 산간 밭에는 채소가 흐물흐물해지면서 썩는 '무름병'과 뿌리가 기형적으로 부푸는 '뿌리혹병' 등이 급속히 퍼졌다.

태백시는 1일 현재까지 고랭지 배추밭 전체 면적의 20%인 91㏊에서 병해충이 발행한 것으로 추정했다.

다 여문 고랭지 무도 갈라지거나 윗부분이 검게 변해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다.

강릉의 한 농가는 판로가 가로막히자 고심 끝에 무밭을 갈아엎기도 했다.

수확을 앞둔 농가들은 비가 그치는 대로 약제 살포 등 방제작업에 나설 예정이지만, 앞으로도 며칠 간은 비구름이 머물 것으로 보여 피해는 더 확산할 전망이다.

전북 전주의 대표적 과수작목인 배도 병충해를 피해 가지 못했다.

올해 전주 지역 배 생산량은 평년 4천35t에 못 미치는 3천762t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당도도 10∼11브릭스(Brix)로 예년보다 10%가량 낮고, 과실 크기도 전반적으로 작은 상태다.

여기에 일부 과실에는 엷은 흑색의 얼룩무늬가 생기는 흑성병이 번졌다.

습한 날씨에 주로 발생하는 흑성병은 과실 생육을 방해하고 심하면 썩게 한다. 올해는 4∼5월에 많은 비가 내린데다, 장마가 이어져 전국 과수농가에 병이 퍼졌다.

전주시는 올해 지역에서 생산한 배 중 온전한 크기와 모양, 상품성을 갖춘 '정형과' 비율이 30%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명절 차례상에 주로 오르는 정형과와 그렇지 못한 비정형과는 가격 차가 커 도·소매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는 농가가 예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제12호 태풍 '오마이스'와 집중 호우로 큰 피해를 본 경북 지역 농가들도 병충해 확산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가을철 과일인 사과, 배, 포도 작황에 문제는 없지만, 가을장마가 앞으로도 이어지면 품질과 수확량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추석 전 수확하는 사과 등 과실은 일조량이 풍부해야 상품성이 좋아진다"며 "장마로 일조량이 부족하면 당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날 시간당 70㎜가 넘는 비가 쏟아진 충남 홍성에서는 딸기·고추 시설하우스 4개 동이 물에 잠기는 직접적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하우스 안에서 재배하는 작물, 특히 쪽파나 토마토는 한 번 침수가 되면 썩기 시작해 수확이 거의 어렵다"고 걱정했다.

기상청은 비구름이 동해상으로 빠져나감에 따라 중부지방에 내려진 호우 특보를 해제했으나 이날 오후까지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올 수 있다며 농작물 관리에 주의를 당부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