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역사 첫 순교자 유해가 사후 230여년이 지나 발견됐다. ‘피의 순교’로 뿌리를 내린 한국 천주교는 이번 유해 발견이 “이 땅에서 천주교 역사를 분명하게 밝혀주는 중대 사건”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천주교 전주교구는 1일 전북 전주 ‘호남의 사도 유항검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유해를 지난 3월 전북 완주 초남이 성지의 바우배기(전북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 169-17)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전주교구는 교회법적 절차와 정밀 감식을 거쳐 ‘이들이 유해의 주인이 확실하다’는 교령을 이날 공포했다.
이 일대에서는 세 복자를 비롯해 총 10기의 무연고 분묘가 발견됐는데, 이중 5호기와 3호기에서 죽은 사람의 인적사항을 기록한 백자사발지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이 백자사발지석을 판독한 결과 각각 윤지충과 권상연 인적사항에 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주교구는 추가적인 정밀 분석을 통해 두 복자가 유해 주인이 확실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우선 방사성탄소연대측정에서 묘지 조성 연대가 두 복자가 순교한 1791년에 부합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어 치아와 골화도를 통한 연령 및 해부학적 조사, Y염색체 부계 확인검사(Y-STR) 등을 거쳐 최종 결론을 내렸다.
또 8호기 유해는 윤지충과 해부학적으로 유사했는데, 사료를 검토하고 유해를 정밀 감식해 윤지헌과 부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유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윤지충과 권상연의 유해 목뼈와 윤지헌의 목뼈, 양쪽 위팔뼈, 왼쪽 대퇴골에서는 날카로운 도구로 자른 흔적인 ‘예기 손상’이 발견됐다. 전주교구는 이를 참수와 능지처사형 흔적으로 봤다.
전주교구는 “첫 순교자 묘와 유해 발견은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부족하고 모호한 부분을 명확하게 밝혀주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천주교에서 시성(諡聖)된 103위 성인 중에서 유해가 확인된 경우는 27명, 시복된 124위 복자 중에서는 19명뿐이다.
전주교구장인 김선태 주교는 기자회견에서 “유해 발견은 실로 놀라운 기념비적 사건”이라며 “순교자들의 피를 밑거름 삼아 성장해온 우리 교회가 순교역사에서 첫 자리를 차지하시는 분들의 유해를 비로소 찾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루 말할 수 없는 벅찬 감동과 기쁨을 교우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