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통과한 교육법 개정안… 교육계는 의견 분분

보수 성향 교원단체, 사학법 개정안 통과 반발
“사학 자율성·다양성 훼손… 헌법소원 낼 것”
진보 성향 단체들은 “당연한 일” 환영 의사
기초학력보장법·교육기본법 등도 비판 잇따라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국회가 지난달 31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11개 교육 관련 법안을 두고 교육계 내부에서 분열이 계속되고 있다. 여당과 교육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데다 사안마다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갈려 잡음이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사립학교 자율성 침해 논란을 일으키며 보수 교원단체와 야당의 반발에 부딪혀온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통과로 거센 후폭풍이 예고된다. 일부 단체는 헌법소원 제기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사학법 개정’ 거센 찬반 충돌… 사학들, 헌법소원 예고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사립학교 신규 교원 신규채용시 필기시험을 시·도 교육청에 의무적으로 위탁해야하고 학교운영위원회를 심의기구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관할 교육청이 사립학교 직원에 대한 징계도 요구할 수 있게 되는 등 학교 운영에 교육당국의 개입할 여지가 크게 늘어난다.

 

사립학교와 보수 교원단체들은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개정안을 국회가 합의 없이 밀어부쳤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회가 여야 간에는 물론 교육계와의 합의도 없이 교육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법안들을 밀린 숙제하듯 강행 처리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하윤수 회장은 “공공성에 치우친 나머지 사학운영, 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이라며 “국가가 모든 것을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전체주의와 다를 바 없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사립학교법개정안 철회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과 사립학교들은 교육 당국이 사학의 인사권을 박탈해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예고하고 나섰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사립학교법이 철폐될 때까지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은 물론이고, 사학운영의 자유를 파괴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폭거를 거부하고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야당도 인사권과 자율성의 과도한 침해에 우려를 표하며 사학들과 뜻을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 등 진보성향 교원단체들은 사학법 개정을 환영했다. 이들은 “사립학교 교원의 인건비는 세금으로 지급되고 있어 납세자로부터 교원 채용 관련 관리 감독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며 법안 통과에 찬성했다.

 

◆기초학력보장법도 한계 지적… “보완책 동반돼야”

 

함께 통과된 기초학력보장법 제정안에 대해서도 교육계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제정된 기초학력보장법은 학교장이 학습지원대상 학생의 조기 발견·지원을 위해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하고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게 하는 등 기초학력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교원단체들은 학력진단체계와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필수 보완책이 동반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교총은 “국가 차원의 학력 진단체계 구축과 시행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언적 한계에 머물렀다”며 “학생들의 기초학력 보장과 학력 신장을 위해서는 학력에 대한 객관적 진단으로 장단점을 파악하고 맞춤형 지원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처럼 정권과 시도교육감의 이념에 따라 (학력 진단을) ‘일제고사’로 폄훼·거부하거나 들쭉날쭉 시행해서는 ‘깜깜이 학력’을 면할 수 없다”며 “모든 학생에 대한 객관적인 학력 진단을 시행하고 맞춤형 지원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교사노조도 “현재도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차원의 기초학력보장을 위한 프로그램과 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교사의 자발적 교육 또한 이뤄지고 있다”며 “이미 운영되고 있는 기초학력 관련 사업을 총괄하면서도 서류에 그치는 법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시행 중인 각종 기초학력 관련 사업이 통폐합·수정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사가 학생의 학습지원대상 여부를 총체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교사 행정 업무 경감, 기초학력전담교사제도 도입, 교원 수 확충 등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기본법 개정안’ 등 두고도 잡음

 

이날 본회의에서는 또 국가가 학급당 적정 학생 수를 정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하도록 하는 근거 규정을 담고 있는 교육기본법 개정안과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앞두고 시행 근거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등도 통과됐다. 또 학교 교육에서 성교육, 성인지교육, 성폭력예방교육 등의 양성평등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통과됐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뉴스1

이 중 교육기본법 개정안은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제한하는 조항이 빠져 교원 및 예비교원 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교육위원회 소속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제한하는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해당 조항은 교육위 심사를 거치면서 ‘국가는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학급당 적정 학생 수를 정한다’로 수정됐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개정안 통과 전날인 지난 30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적정 학생 수’라는 모호한 기준은 교육격차 해소 포기 선언”이라며 “‘학급당 20명 이하’ 기준을 교묘히 ‘학급당 적정 학생 수’로 바꿔 통과시킴으로써 정부와 국회는 교육격차 해소에 적극적인 의지가 없음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교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도 같은 날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 법제화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