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은 러시아의 공격 앞에서 우크라의 주권과 영토적 통합성에 계속 확고히 헌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충분한 사전 조율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불거진 동맹·우방국들의 우려를 달래면서 ‘포스트 아프간’으로 모드를 전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우크라의 동반자 관계는 강력해졌고 앞으로도 훨씬 강해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 우크라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지 30주년을 맞은 것을 언급하면서 기존 4억달러(약 4642억원) 규모의 안보지원 외에 추가로 6000만달러(약 697억원)어치의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과 기타 무기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국가 정상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것은 취임 후 두 번째다. 이는 우크라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라고 뉴욕타임스는 짚었다. 이날 회담에 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도는 우크라 주권에 대한 명확한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었으며, 이는 민주적 규범 확대를 외교안보 정책의 주요 목표로 삼은 바이든 행정부에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미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마침 “타국을 위한 전쟁의 시대는 끝났다”며 포스트 아프간의 과제로 중국과 러시아, 핵확산, 사이버공격을 꼽은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미·우크라 정상회담을 통한 대러 경고가 시의적절한 선택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임기 중 우크라를 방문하고 싶다는 뜻도 나타냈다. 현직 미 대통령의 우크라 방문은 2008년 조지 W 부시가 마지막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포스트 아프간으로 태세 전환에 나섰지만 단시간 내에 ‘아프간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지난달 28∼30일 유권자 19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1%는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는 47%로 ‘지지하지 않는다’(49%)보다 적었다.
공화당 일각에선 하야·탄핵 주장도 나온다. 다만 공화당 1인자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지역구 행사장에서 “그런 일(탄핵)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방송 등이 전했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해 현실성이 떨어지는 만큼 투표로 심판하자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