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과정에서 조사 결과를 왜곡할 수 있는 유도 질문을 하고, 실제 응답과 다른 정보를 기록한 여론조사기관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여심위)에 적발돼 물의를 빚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여심위는 지난달 27일 여론조사업체인 글로벌리서치에 과태료 최고 상한액인 3000만원을 부과한 것으로 어제 알려졌다. 20대 대선 여론조사에서 과태료가 부과된 첫 사례다. 민의를 왜곡·조작하는 엉터리 여론조사의 실체가 또다시 확인됐다는 점에서 유감스럽기 그지없다.
이 업체의 일부 면접원은 조사 도중 응답자들이 대선 지지 후보에 대한 응답을 망설이자 “윤석열이 될 것 같죠?” “이재명?” 등 유도성 질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령대를 허위로 기재하기도 했다. 자신이 30대라고 밝힌 응답자의 연령대를 20대나 40대로 입력하는 식이었다.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에게 “더불어요?”라고 물은 사례도 있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특정 후보로 여론을 몰아갈 의도는 아니고, 면접원이 응답자의 성별·연령대에 따른 할당 인원을 빨리 채우기 위해 유도성 질문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업체는 과태료만 내면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비등하다.
여론조사의 공정성 논란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번에 적발된 경우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의뢰자의 의도에 맞게 설문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대선을 앞둔 정치 여론조사의 왜곡은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치권에선 일부 대선후보 캠프와 여론조사 업체 간 유착 의혹까지 제기됐다. 얼마 전 한 조사업체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너무 빨리 무너지면 재미없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여야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조사 기관에 따라 너무 들쭉날쭉인 점도 혼란스럽다.
여론조사는 표본 선정과 설문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대선이 임박하면 자신들 입맛에 맞게 가공한 여론조사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최근 당내 경선에서 여론조사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부실한 여론조사를 이대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왜곡 사실이 확인될 경우 시장에서 퇴출하는 등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중앙선관위도 부실 업체를 걸러내기 위해 등록 기준을 강화하고, 여론조사 방식의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