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바이든 구했던 아프간 통역사 “美에 배신감. 도왔던 것은 후회 안해”

지난 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시내에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 조직원들이 무장을 한 채 차를 타고 시내를 순찰하고 있다. 카불=AFP연합

 

13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조난됐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현지 통역사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도움을 다시 요청했다.

 

2일(이하 현지시간) 미 정치 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이 통역사는 폭스 뉴스의 오전 프로그램 ‘폭스 앤드 프렌즈’에 전화로 출연해 이 같이 호소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에 “저와 제 가족을 잊지 말아달라”며 “아프가니스탄 매우 힘들고 공포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인 2008년 존 케리, 척 헤이글 상원의원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을 찾았는데, 당시 이들이 타고 있던 ‘블랙호크’ 헬기가 눈보라로 긴급 착륙했었다. 미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방송에 출연한 통역사는 당시 이들의 구출 작업에 참여했던 팀의 일원이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대피 작전을 단행했을 당시 이 통역사는 아내, 네 자녀와 함께 공항 입구로 가서 탈출을 부탁했으나 자신을 제외한 가족은 입장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앞서 이 통역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자신과 가족의 구조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WSJ는 전날 보도했다.

 

현재 탈레반을 피해 숨어있는 통역사는 발각되면 어떻게 될 것 같느냐는 폭스 앤드 프렌즈 진행자의 질문에 “나는 죽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통역사는 자신을 구조하지 않은 미국에 큰 배신감이 들었다고도 했다. 다만 미군을 도운 것 자체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백악관 론 클레인 비서실장과 젠 사키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통역사를 비롯한 아프가니스탄 조력자를 계속 구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