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 집값·전월세, 대출금리도 '高高'…서민 부담 커지나

장기화하는 물가 고공행진, 서민 가계 직격탄 / 물가 상승세 쉽게 꺾이지 않아…'추석 물가' 비상
8월 소비자물가 작년 동월대비 2.6% 올라 5개월째 2%대 상승세를 지속하는 등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추석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식품전문 매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추석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생활물가는 물론 대출금리, 집값과 전월세가 동시다발적으로 치솟는 상황에서 11조원의 국민지원금은 서민 생활고를 덜어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물가 오름세를 자극할 수 있다.

 

뛰는 물가는 추가 금리 인상의 빌미가 된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린 한국은행은 10월이나 11월에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대비 2.6% 올라 지난 4월 이후 5개월째 2%대 상승세를 지속했다. KB증권은 이를 두고 시장의 예상을 크게 넘어선 '서프라이즈'라고 했다.

 

올해 들어 물가 상승률은 1월부터 3월까지는 0.6∼1.5%에서 움직였으나 4월 이후에는 2.3∼2.6%로 퀀텀 점프했다.

 

지난달 물가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가 5.6%,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료가 2.9%, 교통비가 8.2%, 주택·수도·연료비가 2.3% 뛰었다.

 

전체적으로 생활물가지수는 3.4% 올라 전월의 오름폭을 그대로 유지했고, 식탁 물가인 농·축·수산물 상승률은 지난 5월(12.1%) 고점을 찍은 이후 하락 흐름이지만 7.8%로 여전히 높았다.

 

앞으로도 물가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소비자물가에 약간 선행하는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 7월까지 9개월째 올랐다. 지난 4월 전년 동월대비 6.0% 뛴 생산자물가지수는 5월과 6월엔 6.6%로 상승 폭을 키웠고 7월엔 7.1%로 오름세가 더 가팔랐다.

 

이처럼 물가가 치솟은 것은 수요와 공급 쪽에서 상승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에 억눌렸던 소비가 살아나는 분위기에서 국제유가가 오르고 농·축·수산물의 생산원가가 뛰면서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2일 물가관계 차관회의에서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자 측 상승 요인의 영향이 장기화하며 물가 상방 압력이 더욱 확대되는 상황"이라며 "특단의 각오로 서민 체감도가 높은 농·축·수산물 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추석을 앞두고 풀릴 11조원의 국민지원금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국민 88%에게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는 국민지원금은 소비 부양을 겨냥한 것이어서 경기에는 도움이 되지만 추석 전후로 지출이 몰릴 경우 물가에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유동성을 회수하는 국면에서, 또 그렇지 않아도 명절 때는 수요압력으로 물가가 불안해질 수 있는 환경에서 국민지원금을 풀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화하는 물가의 고공행진은 서민 가계에 직격탄이다.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평균 가계 소득은 정부 이전소득이 급감하면서 428만7천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0.7%(2만8천원) 감소했지만 지출은 330만8천원으로 4.0%(12만7천원) 늘었다. 지출 확대는 치솟은 물가의 영향이 크다.

 

이달에 국민지원금이 풀리면 이전소득 증가로 가계 소득이 많이 늘어 추석 호주머니 사정은 펴겠지만, 이게 물가를 밀어 올리면 올해 연말과 내년 초 생활은 다시 궁색해질 수 있다.

 

가파른 물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파이터'인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명분을 강화한다. 지난달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한은은 연내 한차례 금리를 더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지금과 같은 물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10월이나 11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채권담당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는 대체로 한은이 11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성태윤 교수는 "8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확인해준다"면서 "과잉 유동성 이슈가 여전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물가 흐름을 보면서 한은이 금리 인상을 결정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폭증한 가계부채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금융당국이 전방위로 대출을 옥죄는 마당에 금리까지 오르면 이자 부담은 커진다. 은행 등 금융권은 금리가 오르자 우대금리를 깎고 가산금리는 높이는 방식으로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여기에 끝없이 오르는 집값과 전세가도 가계를 직격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의하면 8월 다섯째 주(30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0.31%로 전주(0.30%)보다 약간 높았고, 수도권 아파트값은 3주 연속 0.40%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전셋값은 전국은 0.20%, 수도권은 0.25% 각각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