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부장도 은퇴·부동산 걱정… 동질감 느껴” [차 한잔 나누며]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펴낸 송희구 작가

‘대기업 12년차’ 실제 경험 토대
직장인들 고뇌 담아낸 소설 연재
입사 후 쌓아온 부동산 지식 녹여
연일 화제… 드라마·웹툰도 계획
“외제차 탄 부하 못마땅한 부장 등
경쟁 속 숨겨진 감정 묘사 노력”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책으로 나온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저자 송희구씨는 지난 1일 세계일보 스튜디오에서 “아직도 회사에서는 제가 이 이야기를 쓴 줄 모른다. 한 분 빼고”라며 웃었다. 이제원 기자

“최근 많이 느낀 게 부장님들의 한숨 소리였어요. ‘나가면 뭐 먹고 살지’ 이런 얘기들을 듣다 보니 안타깝기도 하고 제 미래 같기도 했어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이하 김 부장 이야기)의 저자 송희구(38)씨는 지난 1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비정규직이나 신입사원이 주인공인 기존 직장 이야기와 달리 ‘꼰대 부장’을 소재로 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3월 인터넷에 연재한 김 부장 이야기는 한 달 만에 그의 블로그에서 200만회,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만 1000만회 넘는 조회 수를 각각 기록했다. 최근 ‘김 부장편’과 ‘정 대리·권 사원편’ 2권의 책으로 출간됐고, 3권 ‘송 과장편’도 곧 나올 예정이다. 드라마와 웹툰도 준비 중이다.



주인공 김 부장은 모 대기업에서 25년째 근무 중이다. 서울에서 자가로 살고 있으며, 연봉은 1억 정도에 실수령액 650만∼700만원, 주식도 1000만원 정도 투자하고 있다. 주차장에 늘어선 임원들의 제네시스를 바라보며 자기도 저 차를 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다가 BMW에서 내리는 정 대리와 마주친다. ‘감히 대리가 외제차를?’이라고 괘씸해 하면서도 자기는 꼰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자신보다 비싼 집에 살고 잘 나가는 사람을 보면 배 아파 못 견딘다. 저 잘난 맛에 살면서도 회사에서 내쳐지는 동기들을 보며 슬슬 불안해진다. 김 부장은 실제로 대기업에 11년째 다니고 있는 작가가 만난 부장 3명을 혼합해 탄생했다.

“한 분은 저한테 신도시 ‘1+1’ 상가를 물어보시길래 말렸는데 사셨어요. 지금 3년째 공실인데 본인은 아직도 잘 샀다고 생각하세요. 또 한 분은 아랫사람 말을 안 듣는데 본인은 남의 말을 되게 잘 들어주고 개방적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은 믹스 커피를 엄청 많이 드시는 분이죠.”

독자들은 꼰대 김 부장을 비웃고 욕하다가 그에게 위기가 닥치자 동정하고 안타까워한다.

“제가 집중한 건 우리가 흔히 느끼지만 드러내지 않으려는 감정 묘사였어요. 남을 질투하고 배 아파하는 경쟁심리나 박탈감이 독자들 마음속에도 일부 있으니까요. 그런 김 부장이 위기를 겪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동질감을 느끼신 것 같아요.”

직장에서 이상적인 상사는 어떤 사람일까.

“처음엔 능력이 뛰어나고 열정이 넘치는 분인 줄 알았어요. 지금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분, 한 사람 한 사람을 개인으로서 존중해주고 성과를 인정해 주는 분이 좋은 상사 같아요.”

2권에선 SNS에 과시용 사진을 올리는 데 열중하는 정 대리와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직장 내 부조리에 상처받고, 결혼이라는 현실 앞에 고민하는 권 사원 등 2030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정 대리처럼 자기만족이라면서 실제로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소비 습관을 지닌 사람들이 많거든요. 반대로 권 사원처럼 직장생활과 삶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뭐가 옳다고는 못하겠어요. 결국 선택의 문제이고, 어떻게 책임지느냐인데 저도 가끔은 미래 걱정 안 하고 현재를 즐기는 친구들이 부러워요. 이렇게 여가시간 다 포기하며 열심히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가끔 하는데 그런 고뇌는 3권에 풀었습니다.”

상사들이 부동산 투자 조언을 구하고, 후배들이 인생 상담을 위해 찾는 송 과장은 사실 송 작가 본인이다. 매일 새벽 출근해서 한 시간씩 글 쓰는 것도 작가의 실제 생활이다. 김 부장 이야기는 ‘부동산 소설’이라고 불릴 정도로 부동산이 스토리 전개의 큰 축이 되는데, 신입 때부터 부동산을 공부한 작가의 지식과 내공이 녹아 있다.

“입사하면서부터 새벽 6시 반에 출근했어요. 일찍 나오면 (지하철 요금이) 300원 싸거든요. 그 돈을 아끼기 위해 오전 4시30분에 일어났어요. 주변 사람들은 제가 되게 부유하게 자란 줄 알아요. (실제론) 말도 안 되게 가난했고, 그 가난이 너무 두려워서 극복해보려고 (부동산을) 공부했어요.”

3권에서는 송 과장이 주말도 반납하고 부동산 투자에 몰입하게 된 배경과 부동산 고수를 만난 이야기, 실전 투자 스토리가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전개된다. 전업 작가의 길을 갈지 궁금했다.

“저는 전업 작가가 될 만큼 뛰어난 능력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직장생활은 계속 할 거고요. 지금처럼 하루 1시간씩 꾸준히 써나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