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100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딸이 부친을 힐난한 정철승 변호사에게 “인신공격은 말아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공개했다.
김 교수의 둘째 딸로 알려진 A씨는 “나이 일흔이 넘은 볼품없는 대한민국의 한 할머니”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나이 많고 무식한 한 여인이 올리는 글 죄송하다”며 글을 시작했다. 이어 “아버지는 이북에서 할머님과 두 명의 삼촌, 고모 한 분을 모시고 남하해 흙집을 지어 20여명의 식구를 데리고 사셨다”며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김일성도 만났을 뿐 아니라 인간으로 살 수 없는, 자유가 없는 나라가 북한이라는 생각이 뼛속 깊이 박혀 있으신 분”이라며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이 남하해서 힘들게 산 삼팔선 따라지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고 전했다.
A씨는 “여러 정권을 지나오며 저는 봤다. 형사들이 퇴근하는 아버지를 연행해가는 것은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니다. 어떤 때는 삼일 만에 집에 오신 적도 있다”며 “정권에 불리한 강연을 하신 탓”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변호사가) ‘그 나이가 되도록 조용하다가 늙어서’라고 운운하신 것은 잘못 아신 것”이라며 “아버지의 인터뷰 내용이 좀 심하실 수 있습니다만 너그러운 이해를 바라는 딸의 심정도 헤아려 달라”고 전했다.
또 “‘늙은이가 뭘 안다고 그만 밥이나 먹다가 죽지’라는 정 변호사 말씀이 맞다. 많은 변화와 세대 차를 잘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들은 늙은 세대로, 뒷방에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저는 무식한 늙은이지만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아픔으로 감히 부탁드린다. 비판이나 시비는 당연하지만 인신공격은 말아달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대통령께서 취임식 때 ‘모든 국민이 통합해 한 데 어울려 잘 사는 나라, 전에 없던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하셨다”며 “나와 생각이 다르면 다 나쁜놈이다 하지 마시고 생각이 다른 상대방의 마음도 좀 헤아려 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 교수는 지난달 31일 일본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언론 압박을 비판한 바 있다. 또 대일 정책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이 항일 운동을 하듯 애국자로 존경받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이튿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김 교수의 기사를 공유한 뒤 “어째서 지난 100년 동안 멀쩡한 정신으로 안 하던 짓을 탁해진 후에 시작하는 것인지, 노화현상이라면 딱한 일”,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100세가 넘어서도 건강하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모양”이라며 “평등과 박애를 외치다가 34세에 십자가형을 당해 생을 마친 청년 예수의 삶을 존경한다는 이가 어떻게 100세 장수를, 그것도 평생 안심입명만을 좇은 안온한 삶을 자랑할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전했다.
또 “김 교수는 이승만 정권 때부터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60여년 동안 정권의 반민주, 반인권을 비판한 적이 없었는데 100세를 넘긴 근래부터 문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들을 작심하고 하고 있다고 한다”며 “이제는 저 어르신을 누가 좀 말려야 하지 않을까? 자녀들이나 손자들 신경 좀 쓰시길”이라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이후 또 다른 게시글을 통해 “나는 늘 적정 수명에 대해 관심이 많다. 요즘 나는 약 80세 정도가 그런 한도선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100세 넘게 장수하시길 기원드리는 우리 사회의 귀하고 존경스러운 원로 어르신들은 많다”고 말해 재차 빈축을 샀다.